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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카톨릭 명절이 전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프랑스.

2월 2일은 성촉절(Chandeleur 샹들뢰흐)이라고 부르는 축일이다. 종교가 카톨릭이거나 기독교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모 마리아가 유대교 율법에 따라 예수님이 태어난지 40일만에 정결예식을 치르고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에 간 것(누가복음 2장 22절~38절에 나옴)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로부터 40일째 되는날인 2월 2일, 내일이 그 축일이다.

교회에서는 악을 멀리하고 세상의 빛이 되신 예수님을 영접하기 위해 이 성촉절에 횃불을 양초로 대체하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양초들을 집에 가져가 가정을 보호하는 의미로 두었다고 하네.

지금 프랑스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전부터 유독 티비에 크렙(crêpe : 크레이프) 광고가 많이 나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역시 상술이 전통을 앞서가는... ㅠㅠ 크렙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면 성촉절이 곧 다가온다는 얘기...

크렙을 정말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자주 해 먹는다. 남편이 젤 처음 해준 요리이기도 함. ㅋㅋ


근데 왜 이 축복의 날에 크렙을 먹게 되었을까?

정확하지 않지만 속설에는, 5세기 경 교황이었던 Gélase 1세가 로마에 오는 순례자들에게 크렙을 대접했다고 한다.

또 다른 속설로는 크렙의 동그란 형태와 금색으로 잘 그을려진 그 모양으로 인해 태양을 상징한다고 해서 어둡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을 기원하기 위해 먹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보통은 이 때가 밀의 파종을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밀가루로 크렙으로 만들어 다가오는 한해의 운을 점쳤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나라마다 비슷한 것이 신기하다. 한국은 이 시기가 입춘.. 올해는 2월 4일이다.)

그럼 어떻게 운수를 점 쳤을까? 

크렙을 구울때 왼손에 금동전(Louis d’or)을 들고 오른손으로 크렙을 공중에 던진후 (요리할때 프라이팬에 있는 요리를 주로 뒤집을때 많이 쓰는 기술) 받으면 그 해에 부자가 된다는-즉 밀 수확이 많을거라는-것이다. 그리고 처음 만든 크렙은 장농에 보관해야 그해 수확이 많을 거라고도 한다.

금동전(Louis d'or). 출처는 http://fr.wikipedia.org/wiki/Louis_(monnaie)

어쨌거나, 종교적인 축일들을 보면 그 상징적인 의미를 그 시대 상황에 잘 접목해 전통이 된것을 볼 수 있다. 빛이신 예수님을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이 세상에 빛이 오신 것처럼 춥고 어두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그 시대에 귀했던 밀가루로, 밀 수확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 태양을 상징하는 원형 크렙을 만들어 구워 먹은거겠지. 크렙 만드는 것처럼 금동전이 마구마구 손에 들어오기를 꿈꾸면서...
 

크렙을 던지면서 올 해 운을 점쳐보아요~


크렙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아이스크림도 올리고 초코시럽도 올려먹는 황금색의 크렙은 크렙 쉬크레(단 크렙)이고, 메밀가루로 만들어 색이 회색인 크렙 쌀레(짠 크렙)가 있다. 개인적으론 크렙 쌀레를 먹고 나서 디저트로 초코무스와 딸기가 잔뜩 올려진 크렙 쉬크레를 먹는걸 좋아한다. ㅋ

크렙 전용 프라이팬이다. 전용국자, 전용 뒤집개도 있다.



그럼 재료를 볼까?
(여러가지 다양한 레시피가 있으니 검색해 보시도록..) 다음 레시피는 진짜 진짜 베이직한 레시피이다. 다음의 재료를 잘 섞은 뒤, 냉장고에 10-15분 정도 놔두었다가.. 요리를 하면 된다. 크렙이 좀 부푸는게 좋다면 베이킹 파우더를 조금 넣으면 됨.

- 250g de farine / 밀가루 250g
- 4 oeufs / 계란4개
- un demi-litre de lait / 우유 0.5리터
- 1 pincée de sel / 소금 한꼬집 (집게와 검지 손가락으로 집을수 있는만큼의 소금양)
- 50 grammes de beurre / 버터 50g
- 1 sachet de sucre vanillé / 바닐라향이 나는 설탕 한 봉지 (프랑스 사는 사람들은 알것. 아니면 그냥 설탕 20g에 바닐라 에센스 몇방울 넣어주면 됨)
- 1 cuillère à soupe de rhum (5 cl) / 럼주 1 스푼 (밥 숟가락으로) - 생략가능


크렙 파뤼...는 요렇게 하는 것.

그냥 설탕 뿌려서 먹어도 되고...


요거슨 크렙 오 뽐므(crêpe aux pommes 사과 크레이프).
Flambées(도수 높은 술을 붓고 불을 붙여 향미가 남게 하는 것)로 해 먹을 수도 있지만 난 싫어하므로 패스. 아래는 가장 간단하게 크렙 오 뽐므를 만들수 있는 방법이다.


이거 저거 다 귀찮다면.. 만들어진 크렙 사다가 -프랑스에선 슈퍼에서 그냥 판다. - 뜨뜻하게 데운 뒤, 뉴텔라나, 쨈을 발라서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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