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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 주제는 내 일상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특징이기도 하므로.. 프랑스 문화 카테고리에 넣는다.

프랑스만큼.. 소비자, 고객이 왕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지 취급 받는 나라가 있을까. (그치만 프랑스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1년 이상) 경험은 한번 밖에 없으므로.. 패스..)

뭐든 느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

병원을 가든, 시청에 가든 약속을 잡고 가야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서 있어도 동료들과, 혹은 전화로 자기 수다 떨건 다 떨고 고객을 받는 나라. 물건을 주문해도 세월아 네월아.. 오는 나라. 그게 싫으면 이용을 하지 말든지.. 아쉬우면 인내하며 참든지. 배째!라는 정신으로 고객을 대하는 나라.

아우우우... 이렇다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깐.. 별로 신경 안쓰려고 하고 한국과 비교하려고도 하지 않고 지냈건만.. 오늘은 그냥 빵 터진다. (물론 천재지변의 이유도 조금 섞였지만 그래도!!)

DARTY라는 곳(가전제품 매장)에서 세탁기를 주문했다. 배달받는데 약속(프랑스 생활의 필수요소, 항데부!)을 잡아야 한데서 가능한 날짜를 얘기해줬다. 선택이 없다. 말로는 배달 7j/7 (7일중 7일이란 얘기니 연중무휴..되시겠다. 아래 아주 쪼꼬만 글씨로 법정공휴일 제외..라고 써있긴 하지만.)이라고 하면서 (일요일도 배달..이라고 크게 광고하는 것들이) 토요일은 한자리, 주중에 두자리.. 이렇게 자리가 난단다. 일요일은 아예 일정에 없음. 그럼 광고는 왜 하는데?

그래, 평일 괜찮지 맘을 달래며 시간을 물어봤다... 근데 배달 시간을 모르겠단다. 날짜를 잡으면 오전에 전화해서 몇시에 갈지 알려주겠단다. 게다가 오후나 저녁때는 배달 안된단다. 아니, 그럼 19시까지 배달된다고 써있는건 뭐니? 세탁기 배달, 설치 받자고 하루 휴가 내고 언제 올지 모르는 세탁기 기다려야야겠니? (대부분이 맞벌이인 이 나라에서 낮에는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들 배달 받는지 궁금하다. 소포도 마찬가지.. 경비실 같은게 있는 아파트는 조금 낫겠지만..)

그래서 토요일로 잡았다. 그게 내일이었다. 이 약속 10일전에 잡은거다. 10일동안 세탁기 없이 살았다. ㅠㅠ 뭐, 연말이니까, 새해 첫날 연휴끼고 주말끼고 했으니깐.. 이해해. 세탁기가 없건 말건 이건 내 사정이잖니. 판매자가 고객 신경쓸 일이 뭐가 있어? 하루에 몇건 배달량 정해져 있으니 오버해서 약속 못 잡겠지. 그럼 그럼. 한국처럼 택배 배달하시는 분들이 시간에 쫓기건 말건 소비자가 왕이라 무조건 담날 배송이 보장되는 나라도 아니고, 배달하는 사람도 인권이 있잖아? 노동조건은 보장해줘야지. 그래 그래.

근데 좀 전에 전화가 와서는.. 재고가 확보가 안되었단다. 뭔소리냐 10일전에 주문했는데..그랬더니, 원래 모든 물량은 리옹에 있고 배송 예정 전날, 해당 지역으로 운송이 된단다. (내일 우리집으로 배송 예정이니 리옹에서 오늘 그 물량이 온다는 얘기, 왜? 주문하고나서 취소할까봐 이렇게 하는거야?) 암튼 지금 남쪽에 눈이 와서 배송 트럭들 즉, 화물차량은 고속도로 통행금지란다. 이게 풀릴때까지 배송이 안된단다. 허걱...

안 그래도 오늘 뉴스에.. 북쪽지역은 정작 눈이 안 오는데 눈 구경 하기 힘든 남쪽 지역에 폭설(이래봤자 5cm, 10cm)이 내려 완전 난리라고.. 고속도로에 화물 트럭들 운행 금지라서 운전기사들이 불평하는 인터뷰도 나오고 그랬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프랑스를 통과해서 갈텐데, 어떤 외국인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뭔놈의 5cm 눈때문에 길을 통제하고 그러냐고.. 우습다고 한걸 봤다.)

아... 눈 내렸다고 화물트럭 운행을 금지시키다니.. 그래 위험하지. 알아 알아.. 안전이 중요하지, 그럼...

맘을 다스리고.. 그럼 언제 배송이 가능한건데요? 담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오후나 저녁은 안되나요? 안돼요. 헉.
그럼 할수없이 또 토요일. 하루 이틀 차이나는거 휴가내고 세탁기 기다릴순 없잖니..ㅠㅠ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내 사정. 아무리 천재지변이라고는 해도, 주문한지가 언젠데, 한국이라면 정말 미안하다고,  사정 봐서 월요일이나 화요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즉, 오후 늦게) 배달해 준다고 하겠구만.. 이건.. 미안하단 말도 없고, 자기네 잘못은 요만큼도 없는거다. 세탁기 없어 불편해도 그건 내 사정, 빨래 이고지고 빨래방 가서 빨래를 해야해도 그건 내 사정, 에구.. 서비스는 무슨, 약속한 대로 해주기만 해도 다행인걸..

아흑.. 다시 일주일 세탁기 없이 지내야 한다. 속옷 다 떨어져 가는데.. 엄니는 손빨래 하라고 하시는데, 할수 없이 빨래방 가야겠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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