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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 누군가가 죽거나 돌아가신다는 거,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긴 하다. 작년말,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남편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였다. 할머니의 큰아들, 즉 남편의 큰아버지가 계시므로 그 분 주관하에 장례식을 치르게 될 것이었다. 할머니는 96세 생신을 보내시고, 크리스마스도 가족과 함께 보내시고, 미사에도 참석하시고 나서 편안하게 떠나셨다고 했다...
앞서 포스팅한 것처럼 사망 후 24시간 내에 장례전문기관에 연락해 장례식을 준비하게 된다. 장례식은 준비시간도 필요하고 부고장을 보내야 할 시간도 필요하므로 보통 3-4일 후에 한다고 한다. 검정테가 둘러진 카드 형태의 부고장을 친척과 지인들에게 보내 언제 어디서 장례식을 치를 것인지 알린다. 보통은 카톨릭식으로 장례를 치르므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된다...
할머니 장례식날, 미사 시간에 늦지 않게 일찍 출발을 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로 휴가를 이미 낸 상태라서 다행이었다. 전날, 묘비 앞에 놓을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장식품(plaques funeraires) - 보통 묘비 앞에 이렇게 생긴 돌이나 생화, 조화로 된 꽃다발 등을 놓음 - 을 사 놓아서 미리 성당에 가서 관이 놓일 자리옆에 놓아두어야 했다.
plaques funeraires, 무덤 위에 놓는 장식품이다.
성당앞에 도착을 하니, 남편의 사촌형이 보였다. 인사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남편의 큰아버지께서 앞쪽에 다른 친척들과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인사드리고 성당 앞쪽 가족들이 앉는 곳으로 가서 친척들과 할머니의 지인들이 들어오시는 대로 인사를 드렸다. 장례전문기관에서 대부분 알아서 하는듯, 우리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관을 옮기는 것도 거기서 나오는 사람들이 다 해주는 듯...
운구 행렬이 성당 앞에 도착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관을 들고 성당으로 들어온다. 큰아버지네 가족들과 사촌형 가족들과 함께 관을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앞 쪽 중앙에 마련된 단위에 관이 놓이고 우리는 오른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톨식 미사는 드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중간에 일어서서 노래도 부르고, 다같이 읽는 말씀(?), 문구(?)들도 있어 따라하고... 장례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거라면, 아마 고인의 일생을 간략하게 요약한 일대기를 읽는 것일거다. 영화에서 많이 봤듯이... 할머니의 가족사, 평소 고인의 가치관, 생활상, 고인이 이루신 일들.. 개인적으론 몇번 만나뵙지 못했던 할머니의 삶을 잘 알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장례 미사가 끝나갈 무렵, 축성이라는 것(잘 몰라서 찾아봤더니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을 한다. 관 앞에 성수가 든 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잎이 달린 나뭇가지가 들어있었다. 뒤에서부터 사람들이 나와 성수채로 쓰이는 그 나뭇가지를 들고 관 앞에 성호를 그렸다. 내 차례가 다가왔을때 나도 남들처럼 성호를 그렸다. 그리고 미사가 끝났던듯.. (그리 오래지난건 아닌데 기억이 잘 안난다)
미사가 끝나니 다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관을 들고 묘지까지 걸어가는 걸 우리들은 뒤따라 갔다. 성당 바로 뒤가 묘지여서 그리 많이 걷지는 않았다. 그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하필이면 운구행렬이 묘지로 가는데 비가 쏟아져서 우산을 쓰고도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난다. 고인 스스로도 충분히 오래 살았다고 떠나고 싶어하셨었고, 또 정말 오래 사셨으니(96세) 우리 말로 하면 호상인건데.. 그래도 가까운 누군가가 세상을 뜨는 건 슬픈일이기에, 하늘이 우는것처럼 비가 쏟아지는게 괜히 나도 눈시울이 붉어지더라. 사실 할머니를 뵌건 몇번 안되므로 되려 옆집 아저씨보다도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묘지로 가니 관이 들어갈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구멍을 파고 넓은 평평한 돌로 가장자리를 에워싸서 긴 직사각형 묘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관이라고 하던가... 관이 땅속 구멍으로 내려졌다. 흙으로 무덤을 덮는게 아닌, 넒고 평평한 대리석처럼 생긴 돌판으로 덮는거라 영화에서 보듯이 한삽씩 떠서 흙을 던지는 건 없었다.
묘는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수직으로 세워진 돌판에 이름과 출생 사망 연도를 적고 간단한 글을 적기도 한다. 그리고 문상객들은 꽃과 장식품을 무덤위에 놓는다.
그리고 나서, 친척들과 지인들이 가족들에게 다가와 인사와 말을 건넸다. 나도 잘 모르는, 할머니의 이웃들과 친구분들께서 남편을 알아보며 인사들을 건네셨다. 난 그냥 옆에서 비즈(볼끼리 맞부딪히는 인사)하고 인사하고 인사받고...
장례식 후에는 보통 가족끼리 식사를 하거나 집에 음식들을 차려놓고 장례식에 온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많이 본 것처럼...) 우리는 그냥 가족끼리 모여 간단하게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떠나기 전 큰아버지께서 다음달 쯤에 할머니 유산 상속과 관련해 봐야할테니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시며... 우리도 자리를 떴다.
한국에서 할아버지 상을 치르면서 한국의 장례식 문화를 겪어본 나로서는...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정말정말 간단한것 같았다. 사실 장례전문기관에 연락을 하면 알아서 다 해주니까 고인의 가족들이 할일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한국에서는 삼일장을 하니까 삼일동안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대접해야 했었는데 (그때 대학생이었던 나는 부지런히 문상객들 상에 육개장을 비롯한 각종 음식들을 날랐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에서는 그냥 장례식 날짜에 맞춰 성당에 가면 되었다. 물론 사회적으로 활동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손님도 많고 주변 시선도 있으니 크고 화려하게 치뤄야 할 것이고 대접도 해야할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 느낌에 프랑스의 장례식은 고인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기리는 의미가 강하다면 장례식에서 고인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가까운 사람들이 그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읽는다든지 낭송을 하는것에 비해) 한국의 장례식은 남은 사람을 위로하고 함께하는게 (고인은 병풍뒤에 있고 상주를 비롯한 가족들이 그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면 손님은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고 함께 밤을 새 준다) 강한것 같다.
뭐, 제대로 관련 문헌을 찾아본 것도 아니고 하니, 그저 프랑스의 장례식을 한번 겪어본 내 느낌이라는거 기억하시길.
이제 나나 남편의 조부모님들은 아무도 안 계시니.. 당분간은 상 당할일 없을텐데.. 오래도록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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