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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는 날, Épiphanie(주현절)과 Galette des Rois(왕들의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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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해의 첫 명절인 'Épiphanie(에피파니-주현절)'다.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성탄절 이후 12일이 지난 1월 6일이다) 프랑스의 대부분 명절들이 그러하지만 기독교적인 명절들 중 하나이다. 바로 예수님 탄생이후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박박사 3사람이 예수님께 경배와 예물을 드린 바로 그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종교적인 기념일들이 대부분이지만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답지 않게 오늘날은 그 색채는 거의 잃어버렸다고 봐도 된다. '에피파니'라고 하면 무슨 날인지 왜 명절인지 몰라도 아마 Galette des Rois(갈레뜨 데 후와-왕들의 파이)를 먹는 날로는 잘 알고 있을듯.

이 기간에 빵집이나 어느 슈퍼를 가도 이 갈레뜨를 판다. 전통적으로는 아몬드 가루가 주 재료인 속(frangipane 프랑지빤이라고 부른다)을 넣고 만들지만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과쨈(보다는 사과절임)을 넣어 만든 것도 판다.

크루아상을 만들때 사용하는 반죽인 pâte feuilletée(굽고나면 층이 여러개 생기게 되는 반죽)를 밑에 깔고 그 위에 프랑지빤이나 사과절임을 넣고 다시 pâte feuilletée로 덮는다. 가장자리를 구울때 벌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잘 닫은 다음, 윗면 전체에 계란물을 바르고 뾰족한 물체로 그림을 그려준다. 이 그림은 빵집마다 다르고 다들 전통적으로 그려오는 그림이 있을 정도..

보기만 해도 느끼한 파이.. 사진은 위키페디아에서 퍼옴.


아참. 젤 중요한걸 잊었다. 반죽으로 윗면을 덮기 전에 중심부분을 피해서 (중심부분에 넣게되면 칼로 자를때 걸리게 되므로..) 뭔가를 넣어준다. Fève(페브)라고 부르는 것을 숨겨두게 되는데, 원래 이 단어의 뜻은 잠두콩, 누에콩..이지만 파이 안에 들어있는 것은 대부분 도자기로 만든 작은 인형이다.

바로 이렇게 생긴.. 크기는 엄지손가락 반만한 정도?? 사진출처는 http://cyberechos.creteil.iufm.fr/cyber12/Creer/GALETTES/galette.htm



해마다, 지방마다, 빵집마다.. 저마다 다른걸 넣는다. 이걸 수집하는걸 취미로 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시리즈를 다 모으기위해 여러개 사기도 하고 중복되는 건 ebay에서 거래될 정도다.
(더 다양한 페브를 보고 싶다면 꼭 이 사이트를 방문해 볼것. 카테고리별로 시리즈를 다 모은것, 덜 모은것, 그리고 한개 이상 있는것 등 사진을 볼 수 있고 시리즈를 완성 할 수 있도록 페브를 보내주거나.. 자기가 더 가지고 있는것과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ㄷㄷㄷ)
=> 페브 수집의 제왕 홈피: http://fevespassion.free.fr/seriescompletes/collecSC-DA.htm

파이를 사람수에 맞춰 자르고 하나씩 집어들고 먹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파이조각에서 바로 이 페브가 나오게 되면 왕이 되는거다. 갈레뜨를 살때 꼭 같이 넣어주는 종이로 만들어진 금빛 왕관을 쓸 수 있는 주인공으로 당첨되는 것..ㅋ (그렇다고 한국에서 술마실때 노는 그 '왕놀이'를 하는건 아니다..-_- 뭐.. 어쩜 할수도..)

바로 이렇게 생긴 왕관. 사진 출처는 http://petitemimine.centerblog.net/3312066-galette-des-rois



이번에 어떤 빵집에서 페브대신 다이아몬드를 넣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줄서서 갈레뜨를 사갔다고 한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만들어진 갈레뜨중 어느 한개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 것이고, 것도 안전을 이유로 페브대신 이 종이를 가지고 오면 다이아몬드와 교환해 주겠다고 적힌 증서를 넣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 명절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가족끼리 이 파이를 나눠 먹으면서 즐기는 가족명절이 되었고, 매년 새해 첫 주부터 1월 한달 내내 이 파이를 사다가 먹는게 전통이다.

파이를 자를때 그 첫 조각은 La part du pauvre (라 파흐 뒤 뽀브흐 : 가난한/불쌍한 사람의 몫/조각)이라고 부른다. 이 조각은 가족 중 가장 어린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첫 조각을 part de Dieu et de la Vierge (예수님과 마리아의 몫)이라고도 부르는 걸로 봐서 예수님이 이 세상에 가장 낮은 자로 오신 것을 기리는게 아닐까..싶다. 그래서 가족중 가장 나이어린 사람에게 주는 게 아닐까. (이건 순전히 내 생각)

가족중 자리를 비운 사람을 위한 조각(la part des absents)도 있다. 그 옛날, 군대에 있는 아들이나, 왕의 군함에 오른 아버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 등..을 생각하며 한 조각을 따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걸 그 사람이 돌아올때까지 보관하게 되는데... 일종의 '우리는 너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라는 사랑의 표시인 셈. 게다가 이 파이 조각이 곰팡이가 슬지 않고 잘 보관이 되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이 여전히 살아있다(!)라고 좋은 징조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참 슬프군.. 그 옛날 군대로 불려간 자식이나 남편.. 생사를 알수 없는 그 시대에 참.. 파이가지고 점을 치다니..)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아몬드 반죽을 넣은 파이는 정말 정말 달고 느끼하다. 원래  pâte feuilletée 반죽이 버터가 엄청 들어가서 정말 기름진 반죽인데다 아몬드 반죽까지.. 이걸 먹을때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그래서 한번도 내손으로 사보거나 구워본 적이 없는 파이다. 익힌 사과도 별로 안 좋아해서 사과절임이 들어간 파이도 싫어한다.

나와는 반대로 엄청 좋아하는 남편은.. 이 파이를 사면 그 기름진걸 자기 혼자 다 먹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 꺼려한다. (몸매관리!)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매년 이 파이를 먹는 날이 될때마다 옆집에서 우리를 초대해 주기 때문에 먹어는 보게 된다. 나야.. 억지로 먹지만. 가끔 내 파이조각에 페브가 들어있어 왕관을 쓰고 왕이 되기도 하고..

올해는 조각으로 팔거나 보통크기의 반만한 사이즈로 판다면 남편을 위해서라도 사볼까 생각중인데..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 나가기가 싫당.ㅋ 배달 문화가 있음 얼마나 좋을까.. (결론은 엉뚱한 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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