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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에서 피해갈수 없는 괴로움 중 하나, 용케 잘 피해가다가도 언젠가는 맞딱드려서 화딱지 나게 만드는 일이  바로 은행업무와 체류증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그 은행 이야기...

유학생들의 은행이라 할 만큼 유학생들이 즐겨찾는 은행 LCL, 과거 크레디 리요네라는 은행으로 지금은 르 크레디 리요네 줄여서 LCL로 이름을 바꾼.. 가난한 유학생들의 돈을 뜯어먹기로 악명높은 그 은행 이야기다.

LCL로 이름 바꾸시고 파산했던 과거 잊고 산뜻하게 시작하려고 하셨으나 경제위기의 된서리를 또 맞으신 크레디 리요네.


나도 유학생으로 프랑스에 와서 이 LCL과 인연을 맺었다. 프랑스 은행이 이자를 주기는 커녕 되려 고객이 관리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다 아는 얘기. 요즘은 관리비 따로 없이 은행 계좌에 연계된 카드(Carte blue라고 부르는)의 연간 수수료로 엄청 거둬들이고 있다.

LCL이 특별히 유학생 세계에서 악명이 높은 이유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일 경우 수수료가 싸고 송금 수수료가 싸기에 유학생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고, 그래서 그만큼 유학생 고객이 많으며, 딱히 LCL이 유학생에게 박하기 보다 다른 은행이나 프랑스인들에게도 빈번하게 사기들이 일어나지만 유학생들에게 일어나는 것만 우리안에서 보고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리숙하고 순진해서 잘 따져보지 않고 남에게 등쳐 먹히는 사람을 프랑스에서는 '비둘기(피죵)'이라고 부른다. 대개는 고만고만한 소득을 가진, (저소득층은 쓸돈이 없고, 고소득층은 돈이 나가도 타격이 적으니) 특히 세상 물정 잘 모르시는 은퇴한 노부부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된다. 은행 앞에서는 프랑스인이나 유학생이나 피죵이긴 마찬가지다.

은행 시스템을 잠깐 살펴보면... 우리가 어떤 은행에 계좌를 열었다고 하면, 그 계좌를 연 지점(아장스)이 내 지정 지점이 되고 그 지점에서 일하는 은행 직원 한명이 내 담당자로 지정이 된다.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아님 뭘 변경한다던가.. 하는 은행 업무를 봐야할때 반드시 해당 지점에 가서 지정 담당자와 일을 보아야 한다. (당연히 자주 행해지는 입출금의 경우 아무데서나 할수 있다)

내 생각은... 이 담당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은행 관련 고생이 좌우된다고 본다. 이 은행 담당자들도 창구에서 일하는 한 그 지위가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은행 상품을 팔아야 하는, Vendeur(판매자)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어수룩한 피죵들에게 어떻게 하면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까..해서 언어가 아직 안되는 초기 유학생들에게 계좌관련 보험상품을 얹어서 팔고, 쓰잘데기 없는 종합 상품들(카드 하나면 될걸 잘 쓰지도 않는 옵션들을 묶어 파는것임)을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물론 그 옵션들을 다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저렴하지만 대부분은 그 포함된 옵션들을 반도 안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요아닌 강요를 하는거다. 이걸 안하면 수표책을 안 주겠다는 둥.. 말이다.

사실 은행 업무란게 돈 빼고 넣고, 송금 받고, 어찌보면 참 간단한데.. 성격이 칠칠치 못하다면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시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계좌가 마이너스가 될때 그게 커버되는 혜택들이 도움이 되겠지만..

어쨌든 체류증 신청시 꼭 필요하기에 프랑스 도착하자마자 은행 계좌를 열수 밖에 없고, 유지비가 나가기 때문에 떠날때 꼭 계좌를 닫고 떠나야만 해서.. 이 간단할 수도 있었을 은행 업무들이 프랑스 체류 내내 악몽이 될수 밖에 없음이 참 슬프다.

유학생 시절, 첫해에 계좌를 열때 만났던 담당자는 젊은 여자였는데 말이 안통해 영어로 소통했던 그 시절, 내게 안되는 영어로 계좌에 대한 은행 보험에 들지 않으면 수표책을 줄수 없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였다. 그럴수 없다고 그런 조건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얘기했지만 그게 방침이라는 듯, 게다가 첫 6개월은 무료라며 선심쓰는 척 강요하는 그 담당자 앞에서 정말 그런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건 아닌가 소심해져, 동의 서명을 하고.. 1년을 기다려 해지했던 기억이 난다. 아본느멍(약정)체제라 중간에 해지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해지 편지를 보낼 즈음엔 수표책을 받기 위해선 은행 보험이 필수가 아닌란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 만난 중년의 담당자 아줌마는.. 학생이면 공짜였던 서류를 한장, 것도 담당자 싸인 없이 떼어주면서 내 계좌에서 11유로를 빼 갔다.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절차가 귀찮아 그깟 11유로 버렸다 셈 쳤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어학을 끝내고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와서, 지점을 옮기면서 만나게 된 담당자는 젊은 남자였다. 그 지점이 학생들을 위한 지점이었기에 일처리는 편했다. 게다가 그 담당자는 항상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주고 문제가 생겼을때 처리도 빨라서 2년이 넘게 사고 한번 없이 잘 지냈었다.

몇달 전, 매달 집으로 오는 은행 거래 내역서에 (프랑스 은행은 통장이 없고 매달 우편으로 입출금 내역이 적인 종이를 받는다. 10년은 기본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문서들이다.) 항상 내 담당자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그 담당자가 바뀐 것을 보았다. 아쒸, 전 담당자는 참 좋았는데.. 왜 바뀐거야.. 승진해서 다른 지점으로 갔나.. 그러는 중에 며칠전 사건이 터졌다.

우체국 업무를 보러..(아, 우체국.. 역시 할말이 많은 곳이다.) 우체국에 가서 결제를 하려는데 카드가 거부가 되는거다. 창구 직원 말이, 이런 경우엔 보통 카드를 돌려주지 않는건데..(도난으로 금지된 카드처럼 취급..) 나보고 은행가서 담당자랑 얘기를 해보랜다.
전에도 이런일이 한번 있어서.. 아무 이유없이 카드가 거부되었다가 다른데서는 잘 되길래 그때도 그런가보다 하고.. 다행히 현금이 있어서 현금으로 처리하고 나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잊고 있었는데, 별일 없겠지 하고 또 우체국에 가서 결제를 하려는데 거부가 되는거다. 우체국 문제 아냐.. 그럼서.. 근처 현금지급기에 현금을 인출해서 처리하려고 하는 순간.. 비밀번호 입력하고 나니, 카드를 돌려줄수 없다는 문구가 나오면서 카드를 먹어버렸다. 완전 황당.. 난 도난 신고를 한적도 없고, 카드가 정지될거라는 우편물도 받지 못했는데 이런 사태가 나다니... 그쪽 은행에 물어보니 자기네 은행이 아니라 알수없고 내 지점으로 가야 한댄다.

할 수 없이 은행 관련 서류들 들고, 지점 은행으로 갔다. 학생들만 있어서 그런가 예전과 달리 두명의 은행 직원이 있는데 둘다 반말 찍찍이다. 안그래도 유쾌하지 못한데 초면에 반말이라.. 내가 어려보여서 그렇거니.. 좋게 생각하고 왜 카드를 먹은건지 이유를 물었다. 자기네도 모른단다. 혹시 비밀번호를 3번 틀렸냐고,, 절대 그런적 없다 했다.

그러더니 내 상황을 물어본다. 고객 자료를 업뎃해야 한다며.. 학생인지 아닌지, 아니라고 하자 일하는지 물었다. 그래서 찾고있다고 했더니 고객 상황 수정해야 한다며 뭘 출력하더니 서명을 하랜다. 상황 수정에 동의하는 거라고..

그리고는 또다른 종이 한장을 꺼내며 또 서명을 하랜다. 뭐냐고 물었더니 고객들에게 주식을 하는지 안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대한, 즉 나의 경우는 주식을 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에 대한 서명이란다. 금융위기이후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라며 모든 고객에게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돈 젤 많이 날려먹은 은행이 나보고 주식하냐 묻는다. 써글.. 그럼 은행도 고객돈을 소중히 하겠다고 서명해야 하는거 아닌가? 벌써 한번 파산한 은행 주제에 고객이 돈 날려먹을까 걱정이라니.

내용을 읽어보니 별거 없어 서명하고 나서 재차 물었다.

"왜 아무런 통보없이 카드가 정지된거죠?"
"글쎄, 나도 몰라. 일단 오늘 카드를 먹은 지점에서 우리에게 카드를 보내주면 확인해야지"
"혹시 내가 더이상 학생이 아니라서?"
"어, 맞아. 이 카드는 학생들을 위한 거지. 더이상 학생이 아니니 정지된거야"

기가 막히기 시작했다. 내가 더이상 학생이 아닌지 어쩐지 자기들이 어떻게 아나. (알면 왜 초반에 고객 상황 수정해야 한다며 나에게 묻는데?) 그걸 확인하려면 편지를 보내서 증명 서류를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 수순인데.. 작년에도 학기 시작할때 즉, 10월에 편지가 와서 학생증을 복사해 보냈었다. 그럼 올해도 보내야 옳지, 그리고 학생이 아니면 카드를 바꿔야 한다던가, 현재 카드는 정지될거라고 편지를 보내야 하는거 아닌가...

"어떻게 아무런 통보없이 정지를 하죠?"
"내가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되어서 정지한거 같은데, 번호가 XXXXXXXXX..."
"그 번호 아닌데요"
"그럼 제대로 된 번호를 줘야지.."

지난 3년간 전화번호 바꾼 적 없고 분명 제대로된 번호로 등록해놨는데 뭔 개소리...
"원래 편지로 통보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어, 편지 보냈지. 근데 주소가 잘못 되었다고 되돌아왔어"

슬슬 열받기 시작, 주소도 바뀐적 없고, 지금까지 매달 은행에서 날라오는 우편물 제대로 못 받은적이 없는데 완전 헛소리 하고 있다. 전화번호 잘못되어있으니 주소도 잘못되어있겠지 짐작하고 거짓말 제대로 날리고 있으심..

"주소 바뀐적 없는데요. 얼마전에 거래내역서도 제대로 받았구요"
"어.. 그니까.. 편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으니까... 전화는 안되고" (좀전에 주소지에 그런 사람 안산다고 편지 되돌아왔다 했다..)
"그럼 계속 다른 편지들 잘 받은건 뭐죠?"
"거야 나도 모르지. 우체부가 배달하기 싫어서 배달 안했거나, 니네 집 잊어버리고 건너뛰거나.."

ㅎㅎㅎ 대놓고 거짓말은.. 안보낸거지. 한번도 우편배달 사고 없었는데, 그 무거운 소포도 집앞까지 들고와서 벨누르는 우체부들이 그 편지만 쏙 빼놓고 배달 안했다고? 그리고 학생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고 카드를 정지하냔 말이다. 내가 말안했으면 학생이 아니어서 정지되었다는 것도 모르던 놈이..

어쨌거나 나보고 학생이 아니니 지점을 옮겨야 한다고만 얘기하길래.. 더 듣기 싫어서 오늘 기계가 먹은 카드가 오면 파기한다는 확답 듣고 지점을 나왔다. 옮겨야 할 지점으로 와서 지점 옮기고 싶다했더니 항데부(약속) 잡으란다. 일단 잡고.. (옛날 담당자가 그립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집에 와서 100% 인터넷 계좌에 대해 알아봤다.

역시 같은 은행이고 지점을 인터넷 지점으로 설정을 하면 더이상 담당자와 약속을 잡을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계좌를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는거다. 담당자를 봐야할 일이 있으면 보안된 이메일로 하고... 그런데.. 역시나 한국같은 전화나 인터넷뱅킹 개념이 아니다. 할수 있는거라곤 송금 정도, 타은행 송금시 수수료 무료라는게 이점이라면 이점. 계좌나 카드 야 일단 만들고 나면 문제 생기는거 말고는 은행 갈일 없는데 계좌 개설따위를 인터넷으로 할수 있다는게 뭔 인터넷 계좌야. 통장 여러개 만들일이 뭐가 있어? 게다가 수수료가 이곳저곳에 붙어있는건 매한가지다.. 쯧쯧..

결정했다. 그냥 계좌 닫을라고. ㅋㅋ 일단은 계좌에 걸려있는 핸드폰 자동이체부터 다른 통장으로 바꾸고, 통장에 있는 돈을 다 옮겨놓은 다음에 계좌 닫아달라고 말해야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통장을 닫을라고 하면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안 닫아주거든. 더구나 요즘 은행 강도 방지한다고 은행들에 현금들을 현금지급기 외에는 안 놔둬서 몇백유로 정도만 되도 은행에 돈이 없어 돈을 안 주거든.. 몇백유로 이상 찾으려면 미리 전화걸어서 돈을 마련해 두라고 해야함.. 게다가 계좌 닫을때 더이상 빠져나갈 돈이 없는지 수표책 확인도 해줘야 한다. 사용하지 않은, 취소된 수표들도 (잘못 써서 찢어버리거나 한것) 보여줘야 한다나.. 암튼 빈틈없는 준비만이 살길. 옛날 담당자는 암소리 안해고 잘 닫아주던데... 이번 담당자는 싸가지가.. 바로 닫을거 지점 옮겨봐야 소용없으니 항데부 잡은거 취소하고 다시 가서 학생이 아니라서 지점 옮겨야 한대서 그냥 닫을라고 그런다 그래야지. ㅋㅋ

P/S 아놔, 오늘 좀 흥분했네. 쌈불어만 느는거 같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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