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꽃 수선화 (부제: 정원을 쉽게 가꾸려면?)

봄이다. 한국에서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라면 프랑스에서는 jonquille라고 부르는 수선화가 아닐까 싶다. 이 수선화에 앞서 설강화(또는 스노우드롭)라고 부르는 흰꽃이 피고, 개나리 비슷한 것도 피지만, 그래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가장 눈에 띄는게 이 수선화일 것이다.

오늘 비 온다는 예보를 듣고서 정원에 핀 수선화들 일부를 꺾어서 집 안으로 들였다. 향기가 참 강하다. 그런데 꽃병에 담으면서 금새 후회를 했다... ㅠㅠ 난 벌레와 새를 (특히 날아다니는 벌레들은 더욱) 공포에 가까우리만치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수선화 꽃 안쪽으로 수술과 암술 사이에 검은 벌레들이 엄청나게 있는거다. 한 꽃당 대여섯마리...

예쁘긴 한데, 벌레가... ㅎㄷㄷ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그 사람 갉아먹는 검은풍뎅이 축소판처럼 생겼다. 날개가 없으니 망정이지 날아다니는 벌레였다면 아마 그자리에서 꺾은 꽃들 팽겨치고 도망왔을거다.

그거 하나하나 다 제거하고 꽃병에 꽂느라 삼십분 이상 보낸거 같다. ㅠㅠ 꽃집에서 사는 꽃에는 벌레가 없겠지 싶다. 약을 쳐야 하는건지.. 벌레가 있는거 이게 자연스러운 거라는거 아는데.. 그 벌레들이 꽃에서 기어나와 집안을 기어다닐걸 생각하면.. 난 아마 벌레가 내 몸을 기어다니는 환각이 온다면 그 공포로 죽을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꺾은 꽃들을 위한 영양제(?), 이런게 있는지 몰랐는데 물에 섞으면 확실히 꽃병의 꽃들이 오래간다.

원래 내 책상에 놓으려고 했지만 혹시라도 제거못한 벌레가 나올까봐 무서워서 남편책상에 놓았다. 그이는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비가 오는 덕분에 모처럼 정원 가꾸기에서 벗어나 쉬고 있다. 정말 쉽게 가꾸는 방법은 없을까... 몇년째 가꿔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찔끔찔끔 손댄 이유는 다른게 없다. 무지하다는 것, 어떤 나무인지 무슨 꽃인지 모르니까 어떻게 손질을 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인터넷으로 질문을 해도 한계가 있다. 정원관련 식물들을 파는 마트에 갈때마다 같은 종류를 찾아 이름을 외워 오기도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정원에 식물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다면 조금씩 심어서 조경을 만들고 하겠는데, 이미 심어져 있는 것들이 많은데다 오랜세월 다듬지 않아서 말그대로 질서가 없다.

우리집은 1920년대에 지어진 집으로, 90년대에 완전히 리노베이션 된 집이다. 그래서 집 자체는 살짝 옛 흔적을 가지고 있는 모던한 집인데, 정원은.. 그 세월이 보인다. 백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포도나무에 온갖 과실나무들이 여기저기에 많다. 봄이고 여름이고 이름모를 꽃들이 알아서 고개를 내민다. 주인이 바뀔때마다 아마 자기 취향대로 심고 가꾸었던 듯.. 완전 무질서하다. 

백지에 그림 그리는게 차라리 더 쉽듯이, 이미 있는 걸 가지고 지식도 없는 우리 부부가 시간은 들이지 않으면서 그럴듯하게 꾸미는 방법이란 사람을 쓰거나(돈을 엄청 투자).. 아님 그냥 내버려두거나.. ㅠㅠ 그래도 시시때때로 정원에서 나는 과실들을 먹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그 뒤에 해야할 일들은... 가을에 다 먹지 못하고 떨어지는 과실들이 썩기 전에 치워줘야 하는데... 대학때 농활은 일주일이었으니 신나게 했지... ㅠㅠ

게다가 관리도 못하는 나무들이 너무 많으니 난 좀 베어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절대 반대다. 이웃들의 눈을 피하면서 사생활 보호가 되는 자연울타리가 되어 주는데다 자긴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자연스러운게 무질서더냐..-_-;)

물론 장점은 있다. 이렇게 다 성장한 나무들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그 가격도 어마어마 하려니와.. 여름이면 그늘을 준다. 게다가 해먹까지 매달아 놓고 즐길 수 있으니... 감사하긴 하다. 그치만 관리를 못해서 수형이 그리 예쁘지 않고, 너무 거대하게 자라서 벌써 삼년째 이른봄에 태풍이 올때마다 나무가 부러져나갔다. 가끔은 자기 열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기도 했다.

이번달 초에 바람에 부러진 미라벨(흰자두) 나무. 벌써 3번째 부러진 것. 아직까지 어떤 조취도 못취했다. 미안해.. ㅠㅠ

어떻게 하면 좀 손쉽게 효과적으로 관리를 할까 하며 블로깅 하다가 발견한 팁...
(텍사스에 사시는 테시님의 블로그 - 관리가 쉬운 정원을 위한 팁 7가지 http://kokoeun.tistory.com/134)

돈도 쓰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는 그런 가드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마당에 돌을 깔거나 아스팔트 포장을 해서 정원 면적을 줄여버리거나... 아예 정원이 없는 집을 사거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말라고.. ㅋㅋㅋ 진짜 허를 찌르는 팁들이다. 수고를 들이지 않고 예쁜 정원을 가질 헛꿈은 꾸지 말라는 소리. 진짜 내 헛된 소망을 한방에 날려주시네. ㅠㅠ

남들은 잘도 텃밭도 꾸미고 하시던데, 우린 첫해에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상추, 무, 호박, 오이, 피망, 멜론, 토마토, 감자 등을 심었다) 들인 노동력에 비해 성과가 볼품없어 이듬해엔 토마토만 하고, 작년엔 토마토마저 포기하고 딸기만 심었었다. 올해는 딸기만 이어서 하고 아무것도 안할 예정... 시도 안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확을 해도 약을 안치니까 벌레가 많아서 먹지도 않는다는것.

아아.. 마음이 무겁다. 어디 울집에 오셔서 정원 살펴보시고 강의해 주실 고수님들 안 계실까... 숙식 무료 제공합니다요... 진짜 요며칠 맘같아선 가드닝 직업훈련 받아볼까 생각까지 했었다. 올 한해, 가장 큰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원 가꾸기... 키키의 서바이벌 가드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