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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로는 노엘이라고 부르는, 크리스마스의 준비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전나무(sapin)를 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12월 초면 팔기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나무들, 우리는 이케아(IKEA)에서 산다.
이케아에선 전나무를 사면 영수증과 함께 쿠폰을 준다. 그 쿠폰과 함께 한달동안 뽕을 뽑은 전나무를 다시 가져다 주면 산 가격에서 1유로를 뺀 금액만큼 이케아에서 사용가능한 상품권을 준다. (여기서 제한 1유로는 ONF라는 국립산림협회에 기부되는 금액이다. ONF에서 벌이는 자연보호 프로젝트에 쓰이게 된단다.)
해마다 가격이 1유로씩 올라서 올해는 20유로에 나무를 판다. 1월 첫째, 둘째주 중에 나무를 다시 가져다 주면 19유로 상품권이 생기는 거다. 정말 머리 잘 썼다 싶은게 매년 노엘이 끝나고 나서 거리에 버려지는 전나무들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생나무를 잘라서 파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주의자들은 뭐라고 하는데.. 다 쓰고 난 바싹 마른 전나무를 그냥 길에 버리면 쓰레기양도 많아질 뿐더러 재활용도 안되고..
그래서 전나무 전용 쓰레기봉지(sac a sapin)도 팔 정도다. 저절로 썩어 없어지는 봉지로 가격은 5유로. 색도 금색이라서 나무 밑둥을 가리는 장식으로 쓰고 나서 버릴때 나무를 싸서 버리면, 마른 잎들이 지저분하게 떨어질 염려도 없고 2-3주면 썩어 없어지는 봉지라니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봉지 하나당 1.3유로가 장애인 협회에 기부가 되니 좋은 일도 하는거고.
요렇게 나무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함.
그치만 또 다른 문제는 그 봉지에 싸서 버리면 알아서 수거해 가는 지역도 있지만 보통은 déchèterie라고 부르는 도시마다 있는 재활용 및 쓰레기 하치장에 갖다 줘야 한다는 거다. 그곳에는 나무나 나뭇가지, 잎등.. 녹색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따로 있다. 그 곳에 버리면 따로 묻거나 compost라 부르는 퇴비를 만든다. 환경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게 마땅하지만, 노엘과 새해 연이은 파티로 피곤한(?) 사람들이 새해벽두부터 쓰레기 하치장까지 귀찮음을 무릅쓰고 버리러갈까?
그래서 이케아에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게 아닐까 싶다.
"한달동안 잘 쓰시고 다시 가져오세요. 상품권을 드립니다. 가져오신 나무는 compost로 만들어져 다시 사용됩니다."
이케아 입장에선 나무도 팔고 고객들이 다시 가져온 나무로 퇴비 만들어 다시 팔고.. 고객들 입장에선 싼 가격에 생나무를 사고 (보통 1.5m 정도 되는 나무면 50-60유로 정도 하니 절반도 안되는 가격인거다) 다시 갖다 주면 상품권도 생기니 결국 전나무 값은 1유로밖에 안되는 데다가 또 쇼핑하고..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전나무 버리는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한달이 지나면 바싹 말라서 조금만 건드려도 잎이 떨어져서 완전 지저분해진다.. 게다가 사올땐 그물망에 잘 싸여있어서 부피가 작지만 버릴때는 저 봉지에 싸도 부피가 줄지 않아서.. 고생이다. 잎에 찔려 아프기도 하공..) 저 상품권 받으러.. 기어이 가서 버리고 온다. 그리고 나선 쇼핑~~
이런 장점으로 인해 해마다 고객 수가 늘어나서인지.. 올해는 파는 기간이 딱 일주일... 그리고 한 가구당 살수 있는 수는 3개 이하.. 그래서 어제 서둘러서 다녀왔다.
나무를 고르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다. 가격은 같지만 크기나 모양이 다양해서 구미에 맞게 고르면 된다. 그 수많은 나무들 중에서 함께 노엘을 보내게 될 나무를 고르는 건 나의 몫. 첨에는 이리 저리 들쳐보고 골랐는데.. 몇년째 되어가니 이젠 감이 온다. 슬쩍 둘러보고 꽂힌 나무.. 저거다. 싶어서 신랑에게 가져오라고 얘기하는데.. 우리 앞에 한 아저씨가 그 근처에서 계속 뒤적뒤적 하고 계셨다. 내가 찍은 나무를 가져갈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이 우리집으로 올 팔자였나보다.
왼쪽/ 그물망을 열기 전. 저 상태로 판매하기에 나무 모양을 가늠하기가 쫌 어렵긴 하다. 오른쪽/ 그물망을 제거한 모습.
신랑 키보다 더 큰 나무를 골랐더니.. 버릴때 애좀 먹겠는걸.. 한다. 그래도 큰게 폼도 나지 않아? ㅎㅎ
가끔 뒤틀린 나무도 있어 잘 골라야 하는데.. 이번에 잘 고른것 같아 흡족하다. 신랑 키랑 눈대중으로 대충 비교해 봤는데 한 1.9m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물망을 잘라 열고.. 그동안 내린 비로 젖어 있길래 좀 마르라고 내비뒀다. 좀 마르고 나면 장식 해야지. 나무가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거실에 들어설때마다 숲에 온 것 같다.
노엘 데코용 상자를 꺼냈다. 해마다 조금씩 장식을 사서 모았더니.. 아직 한박스밖에 안된다. 해가 많이 지나면 우리도 옆집만큼 많은 장식들을 모으게 되겠지. 올해도 신랑은.. 넌 감각이 있잖아.. 란 말로 날 구슬려 또 혼자 장식을 하도록 만들것 같다. 넘어가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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