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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스키를 탔다.


발목을 다친 이후로 5년 동안 안 탔다. 

첫 해는 발목이 다 낫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신 피한 여행을 갔는데 그게 좋아서 그 다음 해도 안 타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이후에는 이사를 하는 바람에 스키 및 각종 장비들을 옛 집에 두고 와서 못 탔다.


작년에 제네바 근처로 이사하면서 마지막으로 옛 집에 갔을 때 스키랑 스키복 등을 다 챙겨왔다. 주변이 온통 산인데 다시 타야 하지 않겠냐며... 오랜만에 타는 거라 좀 걱정이 되긴 했으나, 몸이 금방 적응하더라. 심지어 점심 먹기 전까지 내내 스키 부츠 상태가 walk였는데도 - 어쩐지 뭔가 이상했다. 좀 더 앞으로 기울어야 하는데 말이지 - 안 넘어지고 잘 탔으니 ㅎㅎㅎ



8시쯤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 먹고 샤워하고 짐 챙기고 집에서 나오니 9시, 스키장까지 20분이면 충분 ㅋㅋ 이렇게나 가깝다니... 중간에 가려던 길이 폐쇄되어 좀 헤매다가 도착하니... 입구쪽 주차장은 벌써 만석이다. ㄷㄷㄷㄷ 오늘 날씨가 좋다고 다들 나온 걸까... 2번째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고 나오니 벌써 절반이 찼다. 다음 번엔 9시에 와야겠구나...


스키 신고 스키 들고 뒤뚱거리며 먼 길을 걸어 매표소까지 가니 줄이 길다. 우린 인터넷으로 Liberte+(리베르테 플뤼스)를 가입하고 왔지만 플라스틱 카드를 받으려면 무조건 매표소를 거쳐야 하기에 줄을 섰다. 케이블카를 타야만 슬로프에 접근 가능하니까 케이블카 줄도 아주 길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으나 패스를 받고 나니, 케이블카 줄이 거의 없다. 10시 넘어 도착하면 케이블카 줄은 짧은데 주차할 자리가 없겠지. 사람 수에 비해 스키장이 넘나 작다. 그리고 올라가는 리프트가 낡은 8인승 케이블카 하나라서 (그나마도 스키들고 타면 최대 6명 탄다. 보통 4~5명 타고 올라가는 듯)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ㅠ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 표정이 안 보이겠지만 굳어 있다. ㅋㅋ

과연 안 구르고 잘 탈 것인가... 떨고 있었음.


그런데 자전거 오랜만에 타도 금방 감각 회복하듯이 스키도 그런 건지 금방 잘 탔음.

스키가 짧은 이유는 아동용이 아니라 ㅋㅋㅋ 스노우 블레이드라는 것임.

짧아서 불안정한 대신 방향 조절이 쉽다. 원래 묘기 부리는 용인데 ㅋㅋㅋ


나이 들면 숏스키가 좋다. 무릎에 무리가 덜 가거든...

긴 스키 타면 회전할 때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스피드를 즐긴다면 거의 날듯이 스키를 타니까 스틱으로 탁탁 찍어주며 조금만 회전해도 되지만

나처럼 속도 조금만 나도 무서워서 제동 거는 스타일이면... 긴 스키가 힘들다.


그래도 처음 배울 땐 긴 스키 추천. 제대로 기본 배우고 숏스키 타면 쉽다.

근데 왜 잘 안 파는지 모르겠다. 지금 탄 것도 예전 스노우블레이드 분질러 먹고 새로 산 건데 찾느라 고생했음...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았음. 원래 구름 약간 낀다고 했으나...

하루 종일 알프스 산맥을 보면서 스키를 탔다.



두 번째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중...



항상 찍는 날씨 사진. 영상 2도라고 합니당.



등산 왔던 곳인데 눈으로 덮여 있으니 알아볼 수가 없군.



예티라는 식당. 점심은 여기서 드세요. 여기서 먹을 걸 후회했음.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탔다. 지쳐하는 중...




저기 내려오는 중 ㅋㅋㅋ








예티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Catheline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ㅠㅠ

좁고 자리도 많지 않고 크로크무슈가 위는 따뜻한데 안은 꽁꽁 얼어 있었다.

미리 만들어서 얼려 놓고 데워서 다시 내놓나 보다.

슬로프 하나 내려갈 힘이 없어서 여기로 갔는데 후회.



햇빛은 비치지만 앉아 있음 추운데 안에 자리가 얼마 안 되어서 밖에서 먹을 수밖에 없음

그나마도 자리 찾기 힘들었던 테라스.



다시 예티로 내려와 코코아 마시는 중...



이 슬로프 블루인가 그런데, 마지막에 경사가 좀 있다.

게다가 리프트 직전이라 속도 못 줄이고 내려오면 사고나니까

속도 줄이라고 빨간 그물을 세 군데나 쳐놨는데 가운데 두 부분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지나가서

눈이 아주 단단함. 회전을 해도 속도가 안 준다.

여기서 많이들 넘어지더라. 두 번째 길목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나...

너무 줄이면 또 리프트 앞까지 못 오니까 난감한 곳 ㅋㅋ



역시나 지친 표정 ㅋㅋㅋㅋ



예티 테라스. 알프스 산맥이 다 보입니당



어줍잖게 아이폰으로 확대해 찍은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

매번 보는데도 볼 때마다 인상적임.

옛날에 이곳에 태어난 사람들은 저 산을 보며 언젠가 올라가겠단 꿈을 꿨을까?










숨은 그림 찾기, 난 어디 있을까요? ㅋㅋㅋ



바람 때문에 옆으로 길게 뻗은 눈






꼭대기라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남편이 사진 찍으러 간 동안 기다리면서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엣지 안 잡고 서 있으면 바람에 떠밀려 내려감...



바람에 설탕처럼 날리는 눈가루...



설탕인가 눈인가... 




여긴 블루 슬로프인데.. 경사도 높고 눈을 다지질 않아서...

어쩌면 다졌는데도 바람이 눈을 쓸어와서 쌓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눈이 수북해서 숏스키로 타기 쉽지 않았다. 넘어질까봐 부들부들...





알프스 산맥과 몽블랑....

제네바 시내와 레만 호수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솔직히 이런 곳에서 스키를 타다니... 스키장 규모도 작고 슬로프도 몇 개 없지만

뷰는... 진짜... 구름 끼면 안 보일 전망이라 꼭 날씨 좋은 날 오는 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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