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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집에는 장미나무가 9그루 있다. 앞마당에 8그루, 정원에 한 그루. 꽃다발 대신 장미묘목을 선물한 남편덕분(?).

시드는 장미꽃 다발보다 매년 꽃을 피워주는 장미나무가 낫다나.. 선물이라고 생색은 내고 심는건 같이 심고, 가꾸는건 내가 다하고.. ㅠㅠ

암턴 그렇게 하나씩 심어서 올해 드디어 9그루가 되었고, 듬뿍듬뿍 준 거름과 잊지않고 뿌려주는 약 덕분에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예전처럼 봄이 왔다면야, 이 5월에 벌써 꽃을 보고도 남았을 테지만, 날이 계속 이러니 꽃봉오리도 더디게 나오고, 꽃은 언제 피울지 기약이 없다.

매일매일 진딧물은 없는지, 혹시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매일매일 살펴보는데 - 정원 식물들중 가장 공들이는 식물일것 - 어제 아침에 여느때처럼 살펴보러 나갔더니... 글쎄, 꽃봉오리 여러개가 근처 잎들과 함께 싹둑 잘려나간게 아닌가.

잘려나간 꽃봉오리와 잎들.



누가 그랬어! 화가 나서 주변을 살폈는데, 바람 짓은 아닌가보다. 꽃봉오리들 흔적이 없다. 누군가 고의로 잘라서 멀리 버린걸까? 꽃이 되려면 아직 멀은, 이제 막 봉오리를 올린 여린 꽃봉오리들과 여린 잎들만 잘려나갔다.

네모 부분이 동그라미 친 부분처럼 통채로 잘려나갔다.

그동안 공들여서 보살폈는데 기가 차고 허탈해서 남편을 불러 알렸더니, 탐정이 된듯 주변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발견한 발자국!! 그동안 계속 내린 비로 땅이 물러져 발자국이 남은 모양이다.

뾰족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발자국.


뭐야? 먹은거야? 설마 이것들을 다 따먹은 거야? 가장 큰 장미나무의 꽃봉오리도 먹었던데 그걸 따 먹으려면 키가 꽤 큰 동물이어야 했다. 9그루중 5그루가 공격(!)을 당했고, 대충 10개 정도 먹어치운듯.

혹시 딸기도 먹어치웠을까 싶어 올라가봤더니, 거긴 손 안댄듯. 대신 거기서도 발자국을 발견했으니...

딸기밭 근처에서 발견한 사슴 발자국.


찾은 발자국과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비교하니 사슴과 노루다. 아아... 우린 도시에 살고 있다고.. 사슴이 말이돼? 아무리 집 뒷편에 녹지대가 있다고 해도 이게 말이돼?? 밤에 사슴이 내려와서 꽃을 따 먹다니...
(우리가 사는곳, 메쓰 대성당이 보이는 곳이라고요... ㅠㅠ 시골이 아니라..)

아래 자료와 비교해 보시라. 분명 노루와 사슴 발자국이다.

마침 초대를 받아간 옆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작년에 잘려나간 딸기들은 여우짓이라고, 그리고 꽃봉오리들은 사슴짓이 맞다고... 그놈들 맛있는 것만 골라먹었구나.. 그러시더라. ㅠㅠ

생각해보니, 예전에 정원에서 얼핏 봤던 토끼.. 내가 토끼 봤다고 그랬더니 고양이일거라고 내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얼마전에 뭐가 있는지 그 밤중에 가로등이 팍 들어오길래 (움직임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불이 들어오는) 내다봤더니 너구리 같은게 지나가서 너구리닷! 외쳤는데 고양이일거라며 나보고 헛거 본다고 놀렸었는데...

남편에게 이걸 상기시켰더니 이제는 믿는 눈치다. 이렇게 발자국이란 증거를 남기는데 부인할 수가 없지. 그렇다면 작년 노엘때 도로를 가로질러가던 여우같이 생긴 동물이 여우가 맞았구나.

이걸 어찌해야 하나. 꽃봉오리 못 먹게 어찌 방해를 해야 하나. 먹을걸 놔두자니 동네 고양이들 다 불러모으게 생겼고, 놔둔다고 쳐. 먹을게 있다고 자주 내려오면 어떻게 해. 아으...

제일 많이 공격당한 장미나무. 무려 4군데가 잘려나갔다. 올 여름 꽃보기 힘들듯. 남은 꽃봉오리가 없숴... ㅠㅠ


그러고보니 얼마전 스키장에서도 곰을 보고... 이거 자연생태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좋아해야 하는거?? 아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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