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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를 딴지 만10년이 되어가지만, 사실 운전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아 비교가 어렵다. 한국에서 운전을 좀 해봤어야 뭐가 프랑스랑 다른지 알지, 게다가 한국에선 자동으로 면허를 땄고 자동인 차만 운전했었고. 프랑스에서 와서 수동 운전을 배웠고 수동차를 첨으로 운전해봤으니.. 내가 체감하는 어려움이 상상이 되시겠지.

아직 학생이던 시절, 장롱면허 공증해서 프랑스에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하기 위해 운전을 다시 배웠다. 클러치 밟는 것부터, 기어 변속하는 방법, 출발하는 방법, 등등... 근데 이걸 배워도 운전이 안되더라.

일단 운전이 무섭고 싫었다. 한국에서 면허를 딸때 따기 위한 요령만 배워 면허를 취득한터라, 실제 주행은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기 힘들었었다. 그리고 주차, 특히 후진은... 내가 머리가 나쁘지 않나 싶을정도로 엉망이었다. ㅠㅠ

면허도 있는데, 아무리 차가 수동이라고는 해도.. 도로에 나가는건 엄두도 못내고 일요일이면 문을 닫아 주차장이 텅텅 비는 시외에 위치한 마트에 가서 연습을 했다. 그 넓은 주차장에서 혼자, 옆에서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발하고 기어 바꾸고, 멈추고 등등... 기어 바꾸는게 어찌나 어렵던지, 눈으로 보지 않으면 위치를 모르겠고, 쳐다보면 핸들이 흔들리고, 3으로 넣어야 할거 맨날 5로 넣어서 혼나고.. ㅜㅜ

그렇게 띄엄띄엄 연습하기를 몇개월째... 조금씩 도로로 나가보았다. 역시나 내 뒤에 차가 있으면 잔뜩 쫄고 긴장해서 운전을 못하니까, 주말에만 한적한 도로를 골라 연습했다. 아아.. 난 로터리(Rond point 홍 뿌앙)를 정말 싫어한다. 옆좌석에 앉아있을때도 빙글빙글 도는 느낌때문에 싫어했는데 운전석에 앉고 나서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교차로마다 있는 홍 뿌앙. 운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가가면 속도를 늦춰야 해서 변속을 연달아 빨리 해줘야 하고, 보통땐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우선인데, 여기선 원안에 들어있는 차 즉, 내 왼쪽편에서 오는 차가 우선이라 살펴줘야 하고, 원이 클경우 차선이 두개니까 안에 돌고 있는 차가 있어도 방해가 안된다면 진입해줘야 했고, 내 뒤에 차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그 스트레스는 정말 죽음이었다... 게다가 출발하다가 시동을 꺼뜨리기라도 한다면... ㅠㅠ 한국에서 였다면 완전 살인났을거야.

그리고 곳곳에 있는 'STOP'라인... 차가 있든 없든간에 이 정지선은 꼭 지켜줘야 해서.. 정지를 하고 나면 출발이 문제였다. 클러치와 브레이크와 악셀, 이렇게 세개의 발판(?)을 잘 조종해줘야 시동이 안꺼지고 출발이 될텐데... ㅠㅠ 게다가 언덕이면.. 뒤로 밀리기까지.. 핸드 브레이크로 어떻게 하는 방법이 있던데, 난 운전대를 한손으로 잡는게 힘들기때문에 이건 패스...

저 라인에 잘 맞춰 서지 못한다고도 구박들어 먹었지. 맞는 말이긴 한데.. 운전 정말 어렵다니까??


시동 꺼뜨리고 나 운전 안해, 운전대 잡으라고 당장 내리겠다고 정지선 앞에서 뗑깡 쓰기를 여러번, 더는 운전 안하겠다고 평생 대중교통 이용하며 살겠노라고 하는 나를 어르고 달래며 운전 시키기를 여러번... 장거리를 달릴때 고속도로 운전할 정도로 성장했다. ㅋㅋ 처음에 진입이 어렵고, 휴게소로 들어갈때 감속하는게 어렵지만 (가장 큰 난관은 톨게이트..ㅠㅠ) 일단 주행중이면 속도 유지하면서 추월만 해주면 되니까.. 시내주행보다 쉬운 까닭이었다.

그렇게 장거리 몇번 뛰고, 주말에 운전 연습하고, 주차 연습하고... 지금도 출퇴근 시간 시내주행은 엄두도 못내지만 홍뿌앙 두렵지 않다. 언덕에서 뒤로 밀리지도 않는다. 운전 연습만 몇년째, 여전히 혼자서는 운전 못하고 남편이 옆에 있어야만 하지만 이렇게라도 운전 하는게 어딘지! 것도 수동인데!

남들은 운전 못한다고 운전대 안/못 잡게 한다는데, 왜 내 남편은 운전을 못 시켜서 안달인지 가끔 짜증도 나지만, 생각해 보면 하는게 좋은거라는 생각은 드니까 결국 꼬임에 넘어가 운전 연습하고.. ㅠㅠ 또 남들은 수동 면허 있어도 힘들다고 자동인 차를 산다는데.. 나는 수동차가 떡하니 내 차라고 있어서 빼도 박도 못하고...ㅜㅠ (팔아도 많이 못받는 고물.. 그나마 이런 차니까 운전연습 할때 쓸수 있었지.-벌써 한번 긁었다.-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진 자기차 열쇠 절대 안넘겨주더라. ㅋㅋ)

근데 운전을 하고 나니까, 속도를 내는게 꼭 나쁜것만은 아니라는거 알게되었다. 옛날엔 규정 속도로 달리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가끔씩 속도내는 남편에게 불평하고 그랬는데, 차들이 비슷한 속도로 뭉쳐서 달리는 상황에서 조금 속도를 내서 그 상황을 빠져나오면 운전하기 훨씬 수월하다는 거, 다른 차들로 인해 생길수 있는 위험이 더 줄어든다는 거 깨달았다. 운전을 하고 보니, 사고 위험이라는게 나만 운전을 잘 한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더라. 생각보다 도로 위에 제대로 운전할 줄 모르고 달리는 사람들도 꽤 되고, 생각보다 사소한 잘못에 사고가 일어난다는거.. 방어운전이 필요하다는 거.. 그리고 운전하면서 남편 진짜 성격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제대로 운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거라는거. 지금은 나도 옆에서 거든다. ㅋㅋ 암튼 익숙해질수록 운전하면서 딴짓하는 사람들 많은데 정말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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