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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바캉스 간 사이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
뒷문의 열쇠 부분을 억지로 부시고 문을 연것이다.

그 문 교체를 오늘에서야 했다. 5개월 넘게 걸린 문 교체..
이참에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리해 보련다.



가장 먼저 해야 할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기(porter plainte)와 보험회사에 알리기.
도둑이 든걸 알게된 이후로 24-48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작성해 준걸 복사해서 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보낼때는 반드시 등기로 보내야 한다. (recommandé avec AR (accusé de réception))

보험회사에서는 경찰서에서 작성한 조서를 토대로 일을 추진하므로 경찰서에 가기 전에 어떻게 조서를 작성할지 조금 생각을 해 볼것.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강제로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거나 깨거나 자물쇠를 부순 흔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열쇠를 잃어버려 열고 들어왔거나 문을 안 잠궈서 도둑이 든 경우 전액을 보상받을 수가 없다.

보통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들어온 도둑들은 현금이나 보석들 위주로 훔쳐간다. 그렇다고 그렇게만 신고하면... 없어진 현금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보상이 안된다. 보석들 역시 구입 영수증을 제시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좀도둑의 경우, 피해액수가 어마어마하지 않다면 경찰은 수사를 하러 집에 와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현금만 없어졌을 경우 이런저런 물품들도 같이 없어졌다고 신고하고 보상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보자. (물론 나중에 보험회사에서 보낸 전문가(expert)가 다녀가긴 한다)

이제 경찰서와의 볼일은 끝났고, 보험회사와의 일만 남았다.
보험회사에서는 없어진 물건들 목록과 구입영수증 사본을 보내라고 할 것이다.

구입 영수증까지? 그렇다. 프랑스는 모든 서류들을 철저하게 잘 보관해야한다. 각 서류별로 보관기한도 정해져 있다. 영수증이 없다고 겁내지는 말자. 대충 기억나는대로 액수를 적으면 나중에 감가상각한 후 다시 그 액수에서 30%를 제하고 보상을 해 주긴 한다.

그리고 보험회사에서 전문가(expert)를 보낸다. 겁낼 필요 없다. 미리 날짜를 정하고 그 약속한 시간에 방문하며 와서 도둑맞은 물건들 영수증 확인과 이런저런 확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큰 액수가 아니므로 대충 대충...

이제 부숴진 자물쇠나 문, 창문 수리를 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일 경우 보험회사에 신고한 뒤 바로 연계된 수리회사에서 급수리를 받을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 일처리는 더디게 마련이다.

여러 수리 회사들을 불러 견적(devis)을 받는다. 그중에서 맘에 드는 곳으로 골라 보험회사에 보내면 승인을 해 준다. 그러면 수리회사와 날짜를 정하고 수리를 받거나 교체를 하면 된다. 이 역시 시간이 걸린다. 승인을 받고 서류를 보내고 수리 회사에서는 물품을 주문하고 등등... 8월 말에 도둑이 들었고 2월이 되어서야 문 교체를 했다. -_-;



한가지 팁.
수리나 교체 비용 보상을 받는 경우 면책비율(franchise)이 있을 수 있다. 계약서에 보면 얼마를 보험계약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즉 얼마이상부터 보험회사가 보상을 해 주는지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franchise가 200유로라고 하자.
교체 비용이 1000유로가 나왔다면 200은 본인부담, 보험회사는 800유로를 보상해 주는거다.

그러니 수리회사와 잘 얘기해서 영수증(facture)을 franchise를 포함한 가격으로 쓰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즉, 1200유로로 영수증을 만들게 되면 보험회사에서는 1000유로를 보상해 주기때문에 본인 부담액은 없는거다. 수리 회사는 수리 비용 그대로를 받으니 문제 없고. 대신 세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거절하는 수도 있다. 잘 상의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이왕 보상을 받는 김에 다른 곳 수리를 받으면서 보상대상에 끼워넣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즉 뒷문 수리만 받아도 되는데 찜찜하니 앞문 열쇠도 바꾼다든지...
어쨌든 본인 몫인 franchise 부분 200유로는 수리비 견적이 400이 나오든 800이 나오든 변하지 않으므로 이왕 내야 할 거 수리 회사에 얘기해서 다른 곳 수리도 포함시키는 쪽으로 하면 좋다는 거다.

물론 불법이지만 이걸 캐낼 만큼 보험회사도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지 않고 그럴 여력도 없으며 프랑스인들 대부분이 이렇게 하고 있으니 정직하게 살면 세금만 많이 내면서 손해보고 산다는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어떤 프랑스 넘은 중고차를 구입했는데 (차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넘이다)
차가 별로라 다시 되팔기도 그렇고 하여 차를 분해해서 내부 엔진등 팔건 판다음
도둑맞았다고 신고한 뒤(차고에 강제침입한 흔적이 있어야 하므로 차고 자물쇠를 부순 다음)
보험회사에서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찰이 와보지 않느냐고? 액수가 크지 않으면 경찰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참, 도둑이 들었을때 자동차 열쇠를 훔쳐갔었다. 여분의 열쇠를 다른 열쇠들과 함께 열쇠함에 보관해 뒀었는데 다른 자동차키와(고물차) 집열쇠 등등은 놔두고 이 폭스바겐 차 열쇠만 들고 튄거다.

여분의 키를 도둑맞았다면... 당장 키를 바꿔야만 한다. 바꾸지 않았다가 담번에 차를 도둑맞았다면 한푼도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여분키를 도둑맞지 않고 잃어버려도 차 도난시 문제가 된다. 보험회사에서 여분키를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열쇠를 바꾸는건 쉬울까? 아니다. 역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단 자동차 보험사에 연락을 하고 자동차 정비소에 (우리의 경우는 폭스바겐 정비소) 연락을 해서 전문가(expert)와 약속을 잡는다. 이 전문가는 자동차만 담당하는, 위의 집을 방문하는 전문가와는 다른 사람으로 정비소에 항상 있는게 아닌 여러 정비소를 돌기에 직접 통화를 하여 약속을 잡고 그날 하루는 차를 정비소에 둬야 한다.

그러면 그 전문가가 살펴보고 맞는 키를 주문을 하면 또 그 키가 정비소에 배달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약속을 잡아 키 교체를 하게 된다. 이것 역시 franchise가 있으니 계약서를 살펴볼 것. 키 교체 횟수 제한도 있으니 어느 기간동안 몇번이나 할 수 있는지도 알아볼 것.

이런 절차를 밟아 열쇠를 바꾸는 데 두달 넘게 걸렸나... 그동안 차 도난 당할까봐 (열쇠가 있으니!) 차 문을 열어도 운전은 못하도록 운전대를 고정하는 도둑방지(anti vol) 운전대 고정 손잡이(?)를 사서 매일 퇴근후 차를 주차할 때마다 운전대에 고정시키고 내렸었다. 잊어버리면 자다가 일어나서도 나가서 고정시키고 들어오고... (이 고정 손잡이가 궁금한 사람은 오픈카를 주차시킬때 운전대에 고정시키는게 뭔지를 찾아보면 된다)

프랑스에 산다는 건... 이렇게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는 일처리에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근성을 내세워 흥분하는 것이 아닌 때되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릴 줄 아는 것, 정리해야 할 서류와 보관해야 할 영수증들이 늘어날 때마다 싫증내지 말고 맘에 드는 서류보관 폴더를 하나씩 구입하여 정리하고 보기좋게 이름을 써 붙인 다음, 책장 가득한 색색의 폴더들을 바라보며 흐뭇해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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