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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빈곤 얘기 아닙니다. 테크놀로지 얘기예요. 오늘 해외사는 딸이 늙으신 부모님 입장용 QR코드 만드는 거 설명해드리느라 진땀 뺐습니다. 

 

한국은 자기 명의 핸드폰 없으면 살기 힘든 나라잖아요. 그래서 저도 지난 번에 한국 들어갔을 때 알뜰폰을 가입해서 나왔다죠. 아이핀으로 인증하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아무튼... 위험 시설 입장시 QR코드를 찍고 들어가야 한다더라고요. 이것도 아빠가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셔서 알게 됐다지요. 아이디어는 좋습니다. 전자출입명부, 얼마나 간단하고 좋은 기술인가요. 나중에 추적하기도 쉽고요.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최초로 만들 때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네이버 미가입자도 힘들다는 단점이 있고요. 본인 명의 핸드폰이 없으면 아이핀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민센터 가서 만드시라고 했어요. 임시 비번 받아와서 진짜 비번으로 바꾸기까지 하셨는데 네이버 들어가 인증 받으려고 하면 없는 아이디라고 뜬다네요. 본인 인증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핸드폰 명의를 바꿀 생각까지 하셨나봐요.

 

문제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해외에 있으니 소통이 어렵죠. 카톡으로 전화로 문제 파악에 나섭니다. 이러저러한 착오들을 거쳐 파악한 결과....

1. 입장 QR코드 생성을 누르고 아이핀 인증을 받을 때 아이디를 쳐야 하는데 첫 글자 자동 대문자 기능 때문에 아이디가 틀린 거였어요. 이것 때문에 비번 오류 5번 생겨서 다시 주민센터 다녀오셨나 보더라고요.

2. 1번 문제를 파악하기 전에 직접 네이버 접속해서 인증을 해보려고 하니까 해외 아이피라고 로그인을 못 한대요. 그래서 핸폰 번호로 수정하려 해보니 예전 번호.....

3. 컴을 켜고 vpn으로 아이피 한국으로 바꾸고 네이버 접속을 해서 해외 접속을 풀었습니다. 핸드폰 번호 수정하고, 다시 제 핸드폰으로 아버지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아이핀 인증 받고 QR코드 생성에 성공합니다.

 

결국 내일부터 사용 가능하시게 됐어요. 더운데 주민센터 두 번 다녀오시고 형부, 아들에게 전화해서도 해결 못 하시다가 멀리 타국에 사는 딸이 해결해드렸습니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테크놀로지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는데, 매번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자식들 도움이 없다면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저희 부부는 자식이 없는 딩크입니다. 낳지 않기를 선택했고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이렇게 도움을 드릴 땐 나중에 우린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식이 아니라면 비영리로 사심 없이 누가 노인들을 도와주려나요. 

 

아무튼 오늘 오후 재택 근무 시간을 절반이나 날려버렸네요. 오늘 끝내지 못한 부분은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충당해야 합니다. 내 시간도 시간이지만, 주변에 이리저리 물어서 시도하는데도 안 될 때 노인들이 겪는 좌절감도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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