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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록다운을 한 지 2주가 다 되어가고, 코로나 증세로 우리 부부가 자가 격리를 시작한 지는 3주가 되어간다.

(코로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게 증상이 있는데도 중증 아니라고 검사를 못 받았음, 이전 글 참고)

그래서 써보는 후기.... 근데 최소 6주는 록다운을 해야 한다고 함... ㅠㅠ 

 

1. 재택근무

프랑스는 재택근무 가능자는 무조건 재택근무를 하고, 학교가 쉬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무조건 재택근무를 한다. 자녀가 있는데 재택근무가 안 되는 경우 직장에 안 나가도 병가로 처리됨. 고용주는 이론상 월급을 100% 줘야 함. 그리고 사업장이 문을 닫은 경우 국가에서 80%를 보장한다고 그랬는데 우리 둘 다 해당 사항이 없어서 정확한 정보인지는 잘...

우리 부부는 둘 다 재택근무를 한다. 남편은 증세가 심해서 병가를 냈던 일주일 빼고는 계속 재택근무 중. 내 경우엔 하프타임으로 일하기 때문에 따로 병가를 내진 않았다. 근육통이 와서 앉아있기 힘들었던 날은 아예 하루 쉬고 담날 2배로 일했었음. 

우린 각자 방이 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볼일까지 마치고 나서... 9시면 자기 방으로 가서 업무를 시작한다. 나는 이메일로 소통하기 때문에 메일만 체크하면 되고, 남편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몇 번 전화로 회의를 함. 

남편의 경우, 처음 한 주(=지난 주)는 재택근무를 무지 좋아했다. 출근 준비와 차 타고 가는 시간 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아침에 좀 더 자도 되고 안 씻어도 되고 ㅋㅋㅋ 하루 종일 잠옷 입고 있어도 되고 커피 마시자며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서 오히려 능률이 더 좋다고 했다. 그런데 2주째가 되자... 주말과 구분이 없어져서 도대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주말에는 일을 안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긴 하는데다 옷차림이 주중이든 주말이든 똑같으니 시간 개념이 없어지는 게 사실. 그래도 록다운 연장되어서 4월 한 달 더 재택근무해도 난 좋아~ 이러고 있음. 

우리가 운이 좋긴 하다. 방해되는 애가 있기를 해, 둘 다 재택근무해도 되는 일에다가, 아파트긴 하지만 마지막 층에다 테라스가 넓어서 굳이 밖에 안 나가도 답답하지 않다. 그래서 날마다 감사해하며 겸손하게 살고 있다.

 

2. 장보기

우리 동네는 작은인데 인구수, 면적 대비 마트 수가 많다. 대형 마트가 2개에, 중형 마트도 2개, 그 외에 소형 마트들이 수도 없이 있다. 이게 다 스위스에서 넘어오는 인구까지 커버하기 위한 거였는데... 록다운하고 국경 넘기가 쉽지 않아서 스위스인들이 안 오니까 마트가 텅텅 비었다. 사람이 없으니 신선 식품 같은 건 재고떨이를 하느라 오히려 세일하는 품목까지 있었다. 휴지도 아주 가득가득.

지난 주에 둘이 같이 나가서 장을 1번 봤고, 이번 주는 남편 혼자 나가서 봤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 가구당 한 사람만 나가서 장을 보라고 그래서 운전 못 하는 나는 집에 있고 남편이 장봐옴. 지난 번에 나갔을 때도 경찰은 못 봤는데 역시 시골이라 그런지 남편 혼자 나갔을 때도 못 봤다고 함. 하긴... 대도시로 인력이 집중되겠지.

주말마다 미어터지던 마트였는데 계산하는 분들이 쉬고 계실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이제 사람들 절반은 마스크 쓰고 다닌다.
너무 한산해서 장보기 쾌적했을 정도.

우리 동네가 특수한 경우이고 대도시의 경우 마트 들어갈 때도 사회적 거리 때문에 인원수를 제한해서 줄 서서 들어간다고 한다. 

 

동네가 진짜 코딱지만해서 집에 오는 길에 살짝 들러본 국경, 통제와 관리하기 편하도록 작은 국경은 모두 닫았고 큰 국경만 열어뒀다고 하더니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콘크리트 바리케이트로 막아뒀다.  

사람이 없다. 진짜 한산 그 자체 

 

3. 취미생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취미용품 주문이 많다고 하는데, 나도 가지고 놀거리는 무지 많다. 전자책이라든지... 각종 스탬프, 스티커들... ㅎㅎ 아래 물품들은 록다운 내려지기 전에 주문한 건데 세관에 오래도록 발이 묶여서 이제야 받아본 다꾸 용품들. 

Lin Chia Ning 신상 스탬프와 마스킹 테이프

 

이런 식으로 꾸미고 논다... ㅋㅋㅋ

 

4. 식물 키우기

이렇게 될 줄 알고 대비한 건 아닌데, 올해 초에 식물 화분도 많이 사고 씨앗도 사고 흙도 사다놨었다. 그런데 집에만 있게 되니 날마다 쑥쑥 자라는 식물들 보는 게 힐링이 된다. 이렇게 정성 안 들이고 그냥 사다 먹는 게 더 싸고 편하겠지만 ㅋㅋ 그래도 깻잎은 꼭 열심히 키워서 깻잎 장아찌 해먹고 싶은데 정말 잘 자라주고 있다. 작년에 직접 받아둔 씨들이 많으니까 더 많이 키워서 쌈도 싸먹어야지.

깻잎
체리 토마토
바질

 

5. 집의 클리닉화

어지간한 건 집에서 진단할 수 있게 각종 의료기기들을 갖춰놓고 있다. 혈압이 좀 높기 때문에 집에서 규칙적으로 혈압 체크하라는 주치의의 권유에 사둔 혈압 측정기가 집에 있는데, 추가로 앱과 연동이 되는 체온계, 그리고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입했다. 체온계는 집에 있는 게 입이나 겨드랑이에 넣고 1분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 디지털 체온계여서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측정하기 위해 적외선 디지털 체온계를 구입했다. 그리고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지난 주에 호흡 곤란은 아니지만 며칠 동안 가슴이 조이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구입했다. 앞으로 상황이 좀 더 진정되면 혈당 측정하는 기기도 사둘 생각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증상이 거의 확실한데도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 주치의 만나라가 끝, 주치의 만나도 테스트는 못 받음, 따뜻한 차나 많이 마시라는 게 처방 - 특히, 같은 집에 사는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조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만저만 실망한 게 아니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는데도 손 놓고 자만, 방심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온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통계로는 확진자 수 25,233명, 사망자 수 1,331명인데 실제로는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증, 의료진, 임산부, 장기기증자 등 선별 검사만 하고 있기 때문에 수가 저것밖에 안 되는 것. 게다가 사망자 수도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만 집계하고 집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카운트도 안 된다. 완치자 수도 허접한 것이, 이틀 동안 증상이 없는 경우 완치로 보고 퇴원시킨다. 내 경험으로 볼 때 나이가 젊거나 건강하면 증상이 크게 드러나지 않다가도 조금만 피곤하면 금방 증상(무력감, 근육통, 열)이 나타나는 요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스트도 안 하고 이틀 증상이 없으면 완치라니. 마카롱 얼굴 보기도 싫다. (그걸 아는 건가 요즘 티브이에도 거의 안 나옴)

한국이 보여준 아주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코로나 대책 때문에 뉴스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뿌듯한 게 요즘의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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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증상을 봐도 코로나였던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달까. 여전히 조심해야 하겠지만 (집에서 안 나간 지 3주째니까 안 걸렸어도 앞으로 4주는 더 안 걸릴 것 같음)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덜한 건 사실이다. 아직 재감염된 경우는 없다고 하니까. 그래도 집밖에 절대 안 나가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낼 거다. 집순이 유전자가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

근데 이제 시작인 나라도 있고, 잠잠해졌는데 역유입되는 나라도 있어서 올해는 아마... ㅠ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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