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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연중 유급 휴가가 공휴일을 제외하고도 5주나 된다. (여기에 RTT라고 부르는 월차 개념의 휴가도 11-12일 정도 되니까.. 노는 날이 확실히 많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대개 이 휴가들을 아이들 방학에 맞춰서 계획을 짠다. 우리나라처럼 겨울방학이라고 딱히 있지 않고 크리스마스 전후해서 2주, 2월 말쯤에 스키방학이라고 부르는 2주 정도가 다라서 여름 방학이 가장 길고 가장 확실하게 휴가를 보내는 기간이 된다.
 
그래서 여름 바캉스는 les Grandes vacances라고 부르고, 학교는 물론 거의 모든 기관들이 문을 닫거나 절반만 운영하거나 뭐 그런식으로 휴식을 갖는다. 언론사, 잡지사들도 간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정기구독을 하게되면 일년에 11번 잡지를 받아보게 된다. 티비 방송사들도 물론 쉬기 때문에 7,8월에는 특별 프로그램들-주로 재방송으로 이루어지는-이 방송된다.

정부행정기관의 경우 문을 닫지는 않지만, 문만 열었을뿐 정지되었다고 봐도 좋다. 이 기간에 서류접수를 했다고 하면 그냥 9월에 처리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여름에 휴식을 가지는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게,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걸까... 대충 내가 보고 아는대로 정리해봤다.

*5주 휴가를 여름에 다쓰기보다는 2-3주 정도 쓰고 나머지는 부활절 방학때나, 크리스마스때, 그리고 겨울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겨울에 1주정도.. 쓰는게 일반적이다.


바캉스를 보내는 방법

[저렴 버전]

1/ 부모님댁이나 친척집으로 놀러가기

숙식을 가장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당근 부모님댁이나 친척집에서 바캉스를 보내는거다. 주로 수입이 없는 학생들이 바캉스를 이렇게 보낸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유명 관광지거나 바닷가라면 더욱 좋고, 이런 곳에 사는 친척의 경우도 여름내내 손님들이 놀러오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부유해서 사는 곳 외에 바닷가나 산에 별장이 있다면 금상첨화. 은퇴후에 손자손녀들이 놀러와서 머무를 수 있을만큼 커다란 집을 따뜻한 남쪽에 살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은퇴라고 부를 수 있겠다.


2/ 캠핑하기

남의 집에 머무르는 거 외에 가장 저렴하게 바캉스를 보내는 방법은 바로 캠핑이다. 프랑스에는 곳곳에 캠핑장들이 굉장히 많아서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 일단 숙박료가 저렴한데다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거나 간단하게 바베큐해서 먹으면 되니까 저렴한 형태의 바캉스 보내기가 가능하다. 캠핑장에 수영장은 필수고, 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으므로 애들 맡겨놓고 부부끼리 놀기에도 좋다. 또 매일밤 각종 행사들(미스 캠핑 선발대회, 댄스클럽, 등등)이 펼쳐지므로 지루하지 않다. 청소년들의 경우, 캠핑장에서 첫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ㅋㅋ

단점이라면, 공동화장실에 욕실. 아침마다 개인적인 공간/시간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캠핑장은 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게다가 텐트 자리에 따라 아침에 푹푹찌는 텐트안에서 눈을 뜨게 될지도... 더구나 밤에는 조용해야 하는게 예의라고 해도 바캉스 온 젊은이들이 조용할리 만무.. 또 옆 텐트 소리까지 다 들리는 환상적인 방음..

그치만 캠핑을 좋아해서 매년 여름 전국을 돌며 캠핑하는 사람도 있고 매년 캠핑장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항상 같은 캠핑장, 같은 자리에서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난 캠핑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아직 프랑스의 캠핑장 체험을 해 보지 못했지만... 여유가 된다면 그냥 호텔에서 자고 싶다. ㅋㅋ

텐트생활의 단점은 피하면서 캠핑장 생활을 하고 싶다면, 모빌홈(Mobil Home)이라고 부르는, 컨테이너집처럼 생긴, 필요시설들을 다 갖춘 이동식 집들을 캠핑장에서 빌릴수도 있다. 부엌, 화장실, 샤워실까지 다 갖춘 간단한 집이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예산경비가 올라간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호텔보다는 저렴한 바캉스를 보낼수 있다. 인터넷 예약보다는 웹사이트를 갖추지 않은 캠핑장들이 많으므로 가이드북을 사서 전화로 예약하는게 확실하다. 작고 잘 안 알려진 캠핑장의 경우 예약 없이도 자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캠핑장도 등급이 있어서 별 개수로 표현한다. 평균가격은 가족수대로, 캠핑장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차 한대, 텐트 수, 전기, 사람수.. 이렇게 몇유로씩 매기기 때문에 3-4인 가족이라면 하루밤 25-30유로 정도면 머물수 있다. 일주일이면 200-250유로로 가뿐하게 가능하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3/ 캠핑카, 카라반

일단 갖추고 나면 캠핑 못지않게 저렴하다고 볼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저렴 버전에 비하면 좀 더 금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캠핑카는 다들 알다시피 미니버스만한 크기의 차 안에 모든 시설이 다 갖추어진 것이고 카라반은(미국식으로 말하자면 트레일러) 차 뒤에 매다는 것으로 떼었다 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캠핑장이 없어도 주차장만 있으면 세워놓고 하루밤 보낼수도 있고,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도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장점이 많다. 예전부터 나도 캠핑카를 타고 세계일주 내지는 유럽 일주를 하고싶은 소망을 가졌으나... 남편도 나도 화장실의 정화조통 비우는건 서로 못하겠다고 미루는 중이라.. 나중에 여유가 되어도 캠핑카를 구입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대 단점이다. 매일매일 똥통을 화장실에 가서 비워야 한다는 사실. 화학약품을 타서 냄새가 안나고 분해가 잘되게 한다고 해도.. ㅠㅠ 그리고 캠핑카 덩치가 크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속도도 안나고, 카라반의 경우 시야확보를 위해 사이드 미러를 덧 달아야 한다. 그래도 캠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텐트보다는 캠핑카로 하고프다.


4/ 단기 임대 및 저가 호텔

유명 관광지, 특히 남부 바닷가의 경우 바닷가 앞 아파트들을 여름동안 단기임대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4인 가족이 이용할만한 F3의 경우 일주일에 500~800유로 정도. 크기가 더 커지면 더 비싸지는건 당연하고. 취사가 가능하기에 호텔에 머무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또 큰집을 2-3가족이 함께 빌린다치면 그만큼 단가가 내려가면서 환경은 좋아지므로 단기임대의 장점중에 하나다.

좀 더 저렴하게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집 끼리 서로 맞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일단 가능한 집을 찾게 되면 location비용이 공짜가 되기 때문에 여행경비를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

저렴한, formule1이나 B&B, Etap, Campanile 등의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면 여행경비를 조금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취사가 불가능하므로 매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하므로 그다지 저렴하진 않다. 호텔이라고는 해도 저렴하기 때문에 방안에 화장실 욕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실 공동으로 화장실, 욕실 쓸바에는 캠핑을 하지 뭐하러 호텔가나 싶다. 그러므로 저가호텔이라고 해도 조건을 따지면 하룻밤에 60-70은 기본이 된다.


[고소득층이라면...]

5/ 리조트 패키지

돈이 많다면야.. 매년 여름 비행기 타고 해외로 바캉스 떠날 수 있겠지. 해외도 나가도 캠핑장 이용하면 저렴해 지겠지만 여유가 많은 고소득층들은 클럽 메드류 리조트 패키지를 이용한다. 보통 Séjour all inclusive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즉, 비행기, 호텔숙소, 식사 등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좀 더 세분화해서 pension complète, demi-pension, boissons comprises 등 옵션 선택에 따라 가격차가 좀 나게 된다. 단순하게 호텔, 비행기만 예약이 되어 나머지 관광은 알아서 하기도 하고, 클럽류 호텔의 경우 관광이나 여기 활동들까지 다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또 이런 클럽류 호텔들은 아이들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들이 있고 모니터 요원들이 있어서 애들을 맡겨도 된다. 또 각종 볼거리, 쇼들이 호텔 자체내에서 조직되어서 호텔을 뜨지 않고도 매일 다채롭게 보낼 수 있다.

대신, 애들은 절반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한 사람당 기본 천유로가 넘어가는 예산때문에 고액소득자 아니라면 이런 여행을 매년하기엔 부담스러울거다.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 해외여행이어도 조금은 저렴한 행선지들이 있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조건이 광고한 것과는 다르다거나.. 시설이 좀 떨어지거나 그렇다.




이 외에...

극빈/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

바캉스를 떠나기에는 여유가 안되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서 시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여름방학이 긴데다가, 새학기가 시작했을때 저마다 바캉스 얘기로 바쁠때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모아 당일치기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던지, 스타디움에 시설들을 설치해놓고 놀게 한다든지.. 공원에 인공 해변(plage)을 마련해놓고 놀수 있도록 한다던지,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간이 수영장을 만든다던지...

아니면 여유가 되는 가정에 아이들을 보내 같이 바캉스를 떠나게 하기도 한다. 시에서 어느정도 보조해 주면서 아이가 있는 가정에 비슷한 또래의 저소득층 아이를 위탁해 함께 바캉스를 떠나는 것이다. 이건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야 어떻든간에 아이들에게는 되도록이면 누릴수 있도록 해 주려는 사회적 배려가 보이는 제도다.


방학이 긴 아이들을 위해서...
가족끼리 바캉스를 다녀와도 아이들의 방학은 두달이기 때문에 일하는 엄마 아빠들은 애들을 돌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1/ Colonie de vacances

줄여서 colo라고 부르는, 우리식으로 하자면 수련회, 하기 학교.. 같은 거다. 대상은 4살 아이부터 17살 청소년까지, 기간은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한달까지,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다. 아이들 방학은 긴데, 그만큼 휴가를 많이 못쓰는 부모들을 위해서나 방학동안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기려는 부모들이 종종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로 지원해서 운영된다. 캠핑을 하기도 하고 centre de vacances라는 colo전용 시설에서 머물기도 한다. 테마도 다양해서 문화를 배우거나, 과학이 주가 되기도 하고 예술활동이 그 테마가 되기도 한다. 또는 새로운 레저스포츠를 배우기도 한다.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자립심을 키우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도 기르고... 부모들은 아이들 떼놓고 숨 좀 돌리고 (이게 더 큰듯.. ㅋㅋ)


2/ Centres de loisirs
여름 학교, 학원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됨. 학교처럼 매일 아침 가서 오후 늦게까지 머물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어 미술을 배울수도 있고, 추가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프랑스 사회이므로 이도저도 보내지 않게되면 아이들을 돌볼 누누를 구해야 하거나,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보내야 함.




일단 생각난대로 요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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