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 겨울이 길긴 길었나보다. 작년 이맘때 사진을 보니, 벌써 반팔을 꺼내입었더군. 정원에 해먹을 쳐 놓고 그 위에 누워 아이스크림 먹으며 낮잠을 잤었다. 올해는 아직도 쌀쌀해서 이제 막 날씨가 좋아지긴 했지만 반팔은 무리.

그래도 요며칠 날씨가 좋아서인지 잔디도 막 자라고 잡초들도 막 자라고 있다. 내일쯤 잔디깎아야 할 듯... 그래서 오늘 모처럼 잡초를 제거하러 정원으로 나섰다. 잡초의 뜻을 보면 때와 장소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을 말한다고 한다. 누구에겐 잡초가 다른 누군가에겐 잡초가 아닐수도 있는 것.

울집 정원을 보면 잡초가 참 많은데.. 어떤때는 이걸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꽃은 꽃이어서 두면 이쁘긴 한데, 잔디가 자라는걸 방해하기도 하고.. 게다가 이름까지 모르니 이게 과연 둘만한 가치가 있는건지.. 그리고 잘 자라기도 해서 방치해두면 너무 자라기까지.


이건 라일락 나무 밑둥 근처에 새로 돋고 있는 라일락 새순들이다. 장차 꽃나무가 될테지만, 매년 밑둥 근처에서 쑥쑥 자라니 잡초나 마찬가지다. 필요가 없으니깐. 내일 잔디깎기 전에 다 잘라줄거다.



작년엔 민트가 너무 많이 자라서, 다 뽑아줬었다. 요리에도 사용하고 차를 끓여마셔도 되지만, 헐.. 귀찮더라. 그런데다 막 뻗어나가니까 무섭더라. 그래서 많이 뽑아줘서 올해는 가장자리에만 조금 자랄것 같다.

너도나도 인정하는 잡초 중 하나는 민들레일 것이다. 엄청 뽑아줬음에도 올해 또 자라고 있는걸 보면.. 징글징글하다.

씨들이 생기기 전에 얼른 꽃대라도 제거해줘야지 안그럼 늦는다. 하기사 울집에서 신나게 제거해줘도 다른데서 날라오는건 막을수 없으니... 정말 골치아프다.



한국에선 나물 무쳐먹기도 한다는데... 여기 프랑스에서도 샐러드 만들어 먹는다. 슈퍼에서 민들레 파는걸 보면 보통 샐러드용 상추보다 훨씬 비싸다. 그렇다고 정원 민들레 뽑아 먹을수도 없공..(시러시러) 누군가가 얼씨구나 좋다고 뽑아다 잡숴준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꽃 피기전 요정도 자란걸 뽑아서 잘 씼어서 샐러드 만들어 먹으면 된대용...



따뜻한 봄볕도 쬘겸, 내일 잔디 깎기를 해 버리면 민들레의 꽃대와 잎들도 같이 깎여서 구별이 쉽지 않으니 오늘 뿌리채 뽑아버리기 위해 나섰다. 헤드폰 머리에 쓰고 부활의 새앨범을 들으면서..ㅋ 신나게 뽑았다. (음악을 듣는 이유는 첫째, 지루하니까... 둘째, 울 옆집 아이들이 나만 보면 크게 떠들고 일부러 방정들을 떠는데 개무시하려고.. 은근 내가 신기한 눈치고 같이 놀고 싶어하는 듯도 한데 울집이랑 왕래가 없는 이웃인데다.. 애들 셋다 좀 무섭다.. 특히 첫째 여자애는 완전 왈가닥.. 학교에서 남자애들 울리고 다닐만한.. 별로 친하고 싶지 않아효...)

아무튼.. 약치면 되지 않냐.. 싶을수도 있는데.. 골프장 잔디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가며 잔디밭을 만들고 싶은 맘이 없어서 그렇다. 워낙 오래된 정원이라 온갖 식물들의 집합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로운 벌레들까지 죽일수 있기 때문에도 싫다. 그리고 정원에서 나는 것들 열매도 크지 않고 못생기기도 했지만, 무공해라 아무때나 입에 쑥 집어넣어도 되고. 대신 몸이 고생이긴 하다. 다 손으로 뽑아줘야 하니깐.

잡초 뽑다가 발견한 무당벌레. 등에 점이 일곱개인 칠성무당벌레다. 이건 좋은 벌레. 프랑스에서도 행운을 가져다주는 벌레라고 귀히 여긴다.



한창 뽑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음악 소리에 잘 안들리는데.. 설마 나를 부르랴 싶어 무시하고 계속하는데.. 그래도 계속 부른다. 울 옆집 아저씨였다. 이번주 휴가 내셨댄다. (부활절 연휴부터 휴가내셔서는 네델란드 다녀오셨댄다. ㅠㅠ 우리 열심히 딸기밭 만드는동안..) 정원에서 잡초뽑고 있는 나를 보고 차 한잔 하자고 부르신것. ㅋㅋ 아저씨도 오늘은 정원일 하는 날이라고..ㅋㅋ


양동이 한가득, 꾹꾹 눌러 한가득 뽑았다. 이런건 바로 비우면 안된다. 이만큼 일했다고 자랑하고 비워야지. ㅋㅋ 포스팅 하고, 또 잡초뽑으러 나갈거다. 조금씩.. Jardinage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중... ㅋ

사실 남편에게 푸념을 하긴 했다. 남들은 프랑스 산다고 하면.. 아~ 파리, 아~ 에펠탑, 샤넬, 구찌, 루이비통... 이러는데 실상은 농부라고... ㅋㅋㅋ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