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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굿바이
감독 그레이엄 기트 (2008 /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출연 화니 아르당, 제라르 디빠르디유, 장 방기기, 마누 파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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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특별히 티비에서 볼만한게 한다던지, 손님이 온다던지 하지 않는다면, 거의 매일 저녁 9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11시까지는 우리부부에겐 영화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상영시간이 2시간 이내인 영화는 평일용, 2시간 이상인 영화들은 주말에 본다. 일년에 거의 250편 정도는 보는듯. 그러니 장르 가리지 않고 하드에 들어있는 거 닥치고 본다.

프랑스도 영화를 많이 만드는 나라다보니.. 프랑스 영화가 10-20% 정도 차지하는 것 같은데.. 난 프랑스 영화는 따로 폴더를 만들어서 넣어둔다. 왜냐면.. 정말 건질만한 영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왠만해선 보고 싶지 않기에 표시해 두는거다. 프랑스 영화가 정말 별로(nul)라는 데에는 신랑도 동의한다. 그래도 가끔 삭제할 목적으로 조금 보고 별로면 바로 지우고 그러는데.. 가끔 정말 기대 안했는데 괜찮은 영화가 걸릴때가 있다.

위의 영화도 그 중 하나. 원래는 안 본다고 했던 영화인데 - 나, 제라르 드빠르디유 엄청 싫어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싫다. 이유 없이 싫은 배우들이 몇 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줄리엣 비노쉬.. 등이 그러하다 - 보고나서 프랑스 영화가 의외네.. 라고 생각하게 만든 영화다.


화니 아르당과 제라르 드빠르디유, 또 이커플이야.. 할정도로 도대체 몇번이나 커플인거니.. 영화찍다가 바람은 안나나?


불어 제목으로도 '헬로우 굿바이', 한국에는 소개가 안되었는지 찾아봐도 정보가 없다.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울듯. 뭐 어쨌거나 이 영화는 프랑스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당신에게 권하는 것이니...

영화는, 물질적으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파리지앙 알랑(제라르 드빠르디유)과 지젤(화니 아르당)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부족함을 느낀 지젤이 어느날 갑자기 진짜 유태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며 알랑을 설득해 이스라엘로 이민을 결정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 프랑스 커플의 이스라엘 정착기...


그래, 낯선 곳에 확 떨궈진 그 느낌이 어떤지 이제 알겠지? 그래도 니들은 돈이라도 많지...


우리가 프랑스에 처음 도착하면 으례 겪어야 할 모든 일들, 경시청에 항데부 잡아 기다리기, 때로는 항데부 없이 무작정 아침부터 가서 기다려야 하고, 집 구하기는 어찌나 힘든지, 못된 프랑스 주인 만나 돈 뜯기고, 말 안통해서 무시당하고 한국에서의 내 실력과 경력들은 개나줘..가 되버리는 상황, 안 알아줘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대우 못 받고 등등...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나, 프랑스 체류 몇달만에 후회하고 프랑스라면 이제 지긋지긋해..라고 외칠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시스템들.. 


못된 프랑스인들에게 당하는 외국인들 맘 헤아리시고자, 사기꾼 부동산 업자에게서 등쳐먹음을 당하고 계시는 커플이심.


이렇게 우리가 겪었던 쌩고생과 수모들을..!! 이 우아하고 시크하신 파리지앙 커플께서 고대로 겪으신다. 그걸 보는 나는 어찌나 통쾌하던지.. 사실 영화 자체도 괜찮았지만 아마도.. 내게 이런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더 만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쫀심은 있으셔갖구, 마눌님에겐 비밀로 하고 매스 들던 손으로 차 닦으시며 돈 벌어오시는 우리의 알랑님.


그래서 프랑스 체류에 지친, 이골이 나서 프랑스의 프..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당신에게 꼭 꼭 권해 드리는 바이다. 전형적인 프랑스의 브르주아 마나님 이미지를 대표하는 지젤여사께서 폭발하는 모습에 난 진정 희열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으니... 이 영화가 당신에게도 작은 위로를 주기를 바래본다.

근데 정말 궁금한건.. 왜 이렇게들 영화를 못 만들까나.. 최근 영화들도 보면서 증말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아님 난해하거나 지루해서 목매달고 싶게 만들거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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