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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하면 떠오르는 산이란, 세잔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생뜨 빅투아르산 일것이다. 그리고 피터 메일의 'A Year in Provence'로 유명해진 뤼브롱(Luberon)산 정도? 간혹, 몇몇 여행책자에서 방투산(Mont Ventoux)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볼수도 있다. 그런데 생뜨 빅투아르 산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생뜨 봄 산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세잔의 작업실 방향이 반대였다면 생뜨 빅투아르 산 대신에 생뜨 봄 산을 그렸을지도 모르겠다만...)

생뜨 빅투아르산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거대한 병풍처럼 생겼다고 많이들 묘사하는데 그렇다면 생뜨 봄 산은, 생뜨 빅투아르 산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할만큼 거대한 병풍의 모습으로 생뜨 빅투아르 산을 마주보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 지방에 펼쳐진 알프스 산맥의 모습. 생뜨 빅투아르와 생뜨 봄은 지중해와 가장 가까운 남쪽에 있다.



생뜨 봄은 Bouches-du-Rhône과 Var 지역 사이에 놓인 산악지대로 가장 높은 곳은 1,148m이고, 길이 35km, 너비 15km로 생뜨 빅투아르 산보다 조금 더 높고 조금 더 크다. (생뜨 빅투아르 산과 생뜨 봄을 다 걸어본 이들에 따르면 생뜨 봄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생뜨 봄으로 가기 위해선, Plan d'Aups라는 마을로 가면 된다. 바로 이 산에 있는 것이 먼저 소개한 마리 마들렌 동굴이다. 가볍게 한두 시간정도 산책할 생각이라면 이 동굴까지만 가면 되고, 프로방스 산악지대의 아름다움과 산위에서 보는 절경을 즐기고 싶다면 (조금 고통스러운 코스지만) 생뜨 봄 능선을 따라 펼쳐진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 되겠다. 

생뜨 봄 산의 일부 모습. 저렇게 길게 늘어선 병풍모양으로 생겼다.


항도네[각주:1](트레킹)를 하기 위해서 코스를 검색해 보면 Crêtes로 시작하는 길들을 보게 되는데.. 이건 능선을 따라 난 길들을 말한다. route des crêtes이라고 하면 산을 따라 난 도로 중에서도 능선을 따라 난 자동차길을 뜻하고 (대부분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다) chemin des crêtes이라고 하면 능선을 따라 난 항도네 코스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 route des crêtes이란 말을 들었을때, 난 크레타 사람들이 지나간/또는 만든 길인줄 알았다. 발음은 같지만 악상이 다름. Crète-크레타)


우리가 걸었던 Crêtes de la Sainte-Baume. 이렇게 능선을 따라 난 길이 Crêtes이다.



Les Crêtes de la Sainte-Baume은 아래 지도상에서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길로 가운데 보이는 별표(마리 마들렌 동굴)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리 마들렌 동굴까지 간 뒤 GR9를 따라 가면 Chapelle des Parisiens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col du Pilon (952m)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서쪽)으로 난 능선(GR98)을 따라 쭉 걸으면 된다.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초보에게는 좀 힘든 길이고, 마리 마들렌 동굴 이후로는 물을 구할수 없으므로... 식수를 잊지 말것!



360도로 돌아보는 경치가 끝내줌.





col du Pilon에서 찍은 이정표. Signes쪽으로 가야함.



올라가는 길과 능선을 따라 이런 표시가 되어있다. 길을 잃기 쉬우므로 꼭 따라갈것.



열심히 바위길을 걷고 있는 남편.



이날 뭔일인지 완전 바위들 사이로 날라다니심. 난 힘들어 죽겠는데.. ㅠㅠ



자갈들로 가득한 길이라 신발 밑창이 얇으면 고통스럽다. 꼭꼭 항도네 전용 신발 착용할 것.





경치는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돌길을 걷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산 정상의 능성을 따라 걷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서 정작 더위는 느껴지지 않지만 그 사이에 살들은 타고 있고... 옷으로 가리거나 선블록 크림을 발라주지 않으면 항도네를 마친뒤 살이 타 들어가는 고통을 겪을수도 있다. 햇살 강하고 바람이 불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 아직 갈 길이 멀다.



보냉이 되는 가방에 물을 잔뜩 실고서 여전히 바위사이를 날아다니고 계시는 서방님.



능선을 따라 걷는게 쉽지는 않다. 사람도 별로 없었던 이날...





아아아주 가끔 나오는 그늘진 길.









잡초가 정상에 이런 형태로 자라고 있었다. 군락을 이루고서...



멋있기는 하다만.. 다 걸으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사진 찍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ㅋㅋ



이런길을 걷다보면 흙바닥을 걷는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힘들고 지친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진짜 한계에 다다른 날.



내려가는 길은 하양, 빨강 표시가 아닌 노란색이다. 진짜 진짜 주의해야 할 것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더이상 길을 찾을수가 없으므로 꼭!! 표시를 따라 갈것. 진짜 위험하다. 사방이 낭떠러지, 벼랑, 등등...







내려가는 길은 좀 더 녹색이 가득하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산을 이쪽 끝에서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걷고 다른 쪽 끝으로 내려와 올라간 다른쪽 끝까지 걸어와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 거리를 걷게 된다. 게다가 이날, 가볍게 쫌(!) 걸을 생각으로 철처하게 (정신적으로나 먹을거나)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었다. 하지만... 충분히 고생하며 걸을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다. 올라가는 길, 산위, 내려오는 길 모두 그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다채로운 코스로 베르동 협곡과는 또다른 프로방스 산악지대의 맛을 느낄수 있기 때문에 걷는걸 좋아하는 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그러나, 항도네를 몇번 안해본 초보이거나 항도네 지도가 없다면.. 길을 잃을 위험이 많기 때문에, 특히나 내려오는 길은 정확하지 않아서 우리도 헤매었기 때문에... 가이드를 해줄만한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이와 함께 동행하기를 바란다.

## 이날 찍은 사진들 중에 추리고 추려서 올렸지만 그래도 사진 수가 많아서 로딩되는데 한참 걸릴수도 있을듯. 그만큼 사진 고르기가 힘들었음. 멋진 사진들이 넘 많아서... 꼭 해보삼. 대신 힘들어도 날 원망하지는 말아... ㅠㅠ


  1. 여기서 말하는 항도네(Randonnée)는 정확히 말하면 Randonnée Pédestre를 뜻한다. 항도네는 GR로 표기하는 그랑 항도네(Grandes Randonnées, 트레킹으로 번역하며 코스가 길거나 험한 산길임)와 PR로 표기하는 쁘띠 항도네(petites randonnées) 또는 프로므나드 에 항도네(Promenades & Randonnées, 산책, 산보)로 나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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