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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그래서 스키도 겨우 배운 내가, 살면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게 될 줄이야. 결혼기념이구 어쩌구는 다 핑계고, 그냥 살면서 한번쯤은 해봐야하지 않겠냐는, 역시 익스트림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신랑의 결정이었다. ㅋ

절대로 빈속에 오지 말라는 경고문구에 (빈속에 뛰어내리다가 기절하기도 한단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살살 아파올 것이기에 반드시 큰일을 보고 가려는 계산이었다. 비행장에 화장실이 없을리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ㅠㅠ

Nancy에 있는 aerodrome(소규모 비행장)이 여러개인지 모르고 전날 구글 맵에서 검색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두었었다. 신랑이 뭔 생각이 들었는지 그 아침에 다시 검색을 해 보더니 아닌것 같다고.. 비행장이 여러곳이라고.. 결국 공식 웹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결과, 하마트면 다른 곳으로 갈 뻔했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낭시 바로 옆 Tomblaine이라고 부르는 도시에 있는 Nancy-Essey 비행장이었다.

50분 거리를 달려 Nancy-Essey 비행장에 도착했다. 우리와 거의 동시에 Flytandem사람들도 도착해서 부스를 세우고 있었다. 신랑의 친구가 아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단체로 등록해 할인을 받을거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도착할때까지 기다렸다...


이렇게 스카이다이빙 협회에서 빌리거나 개인 전용기 띄우는 일 외에는 전혀 트래픽이 없어 보이는 시골스런 비행장. 접수를 하고 있는 신랑. 예약하지 않고 비행장으로 바로 와서 신청해도 된다.


단체의 경우, 스카이다이빙에는 할인이 안되고 비디오 옵션을 선택할 경우 할인이 된다고 해서 우리 둘다 비디오 옵션 신청을 했다. 250유로+90유로(비디오)를 할인 받아 한 사람당 306유로에 했다. (비디오 옵션은 정말 하는게 낫다. 정말 안했으면 후회할 뻔... 사진의 경우 카메라맨이 따로 동승하는 경우 무조건 찍어준다. 30유로 추가로 내면 백여장의 사진을 시디에 구워줌.)

기다리는 동안 모니터요원의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1. 비행기가 고도에 이르러 문이 열리면, 가장자리에 다리를 내놓고 앉는다. (우리가 뛰어내릴 필요가 없음. 뒤에 있는 모니터요원의 무게와 낙하산 무게 120킬로 때문에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기만 하면 그냥 떨어진다...)

2. 뛰어내릴때 고개를 뒤로 젖히고, 손은 교차하여 크로스 자세를 하거나 어깨띠 부분을 붙잡는다. (이렇게 시키는 이유는 손을 자유롭게 놔두면 뛰어내리는 순간 당황하여 비행기 다리를 붙잡거나 뭐라도 움켜쥐려고 하는 수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팔이 날아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이미 어깨띠 부분을 잡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치솟아 오르는 순간 더 꽉 움켜쥐게 될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게 된다고.. )

3.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 자세는 손을 옆으로 벌리고 배가 어느정도 나온 상태에서 다리를 뒤로 굽힌 상태, 일명 바나나 자세라고 부르는 형태를 취한다.

바나나 자세가 뭔지 설명하고 있는 모니터요원. 배를 이렇게 내미는게 중요함. 우리 신랑과 함께 뛰어내린 모니터요원이었다.


4. 가장 중요한 착지자세. 착지할때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므로 주의할 것. 보통 엉덩이로 착지를 하거나 모니터요원이 착지를 하게 되므로 우리는 그냥 다리를 앞으로 편 상태로 있으면 된다. 중요한건 팔이나 다리가 뒤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는것. 지금까지 단 두건의 사고가 있었는데 다 착지할때 일어났다고 한다. 앞에있던 사람이 당황해서 다리를 뒤로 굽혔다가 모니터요원이 미처 그걸 보지 못하고 그 사람 정강이에 착지를 하는 사고가 있었다네.

5. 즐길 것. 그리고 꼭 웃을 것.


우리 일행중 한사람.. 아내가 꼭 이러고 뛰라고 그랬다고. ㅋㅋ 기저귀를 차고 왔다.

첨에 보고서 진짜로 대장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인줄 알았다. 전혀 쪽팔려 하지 않고 끝까지 기저귀를 차고 있었음. ㅋ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걸 보았다. 전날, 다른 사람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리 떨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스트레스 상태인건 확실. 다른 사람들도 화장실 들락날락. 한개밖에 없어서 아주 붐볐다. 나도 여러번 다녀왔다.



스카이다이빙을 취미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과정이 있단다. 그 과정은 이론교육과 실습 6번으로 이루어지는데 1300유로(보험 등등 다 포함). 이 과정을 마치면 즉, 7번째부터 혼자서 뛸 수 있고 1년짜리 보험에 가입하면(140유로 정도, 외국에서 하는 것도 다 커버되는 보험) 한번 뛰는데 35유로면 된다고 함(비행기+낙하산 대여 다 포함). 스카이다이빙 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다 갖추려면 6000유로 정도 드는데, 굳이 개인 장비를 살 필요가 없다고. 대여하는게 비싸지도 않고 뛰면 뛸수록 낙하산 크기를 바꿔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게 될거라 150번, 200번 정도 뛰어본 뒤에 개인장비를 구입하는게 좋다고 한다.


낙하뒤에 낙하산을 접는것도 중요한 교육과정.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모양이 좀 빠지는 비행슈트. 수트입지 않고 뛰어도 상관없다. 대신 잔디위로 착륙하게 되므로 옷이 좀 더러워지는 것만 감수하면 됨. 스탠다드한 사이즈만 있기 때문에 본인이 표준체형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수트는 못 입는다고 생각하면 됨.

언뜻 보면 파일럿 분위기. 다르게 보면 정비사 분위기의 신랑. ㅋㅋ



기본적인 장비를 장착한 모습. 생각보다 무거웠다. 뛰기전 약간 긴장한 나. ㅋㅋ



우리가 탄 비행기. 그렇게 크지 않아서 세팀이 뛸경우, 카메라맨까지 8-9명 정도가 타면 꽉 찬다.



나와 신랑, 그리고 스무살 생일 기념으로 부모님이 스카이다이빙 체험을 선물해 준 프랑스 아가씨, 이렇게 세팀이 비행기에 올랐다. 가장 나중에 비행기에 오른 사람이 가장 먼저 뛰게 된다. 신랑이 가장 먼저 뛰게 될 것이고, 그다음이 나...

신랑과 다른 프랑스 아가씨는 카메라맨이 같이 뛰어내리고, 나의 경우엔 내 모니터요원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옵션이었다. 둘다 비디오 옵션을 선택했으므로 한 사람은 다른 각도에서 찍는게 나을것 같아 그리 선택했다. 가격은 같았고 촬영시간은 내쪽이 훨씬 길었음. 대신 나는 사진촬영이 없었다.

뛰어내리는 순간의 신랑. 꽉 쥔 두손이 보이는군. ㅋ



비행기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고, 귀가 멍멍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뛰는구나... 문이 열리고 신랑이 준비를 한다. 하나, 둘, 셋 할 틈도 없이 확 몸을 날리는 두 사람.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갔다. 그걸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금방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신랑을 보고 있자니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실감이 난다.

(아직 디비디 캡쳐는 못해서 신랑 사진만 있다)

드디어 내 차례! 더이상 보이지 않는 신랑, 하늘인지 허공인지 아래쪽을 응시한채, 두 다리를 비행기 바깥쪽으로 늘어뜨리고 앉았다. 준비할 틈도 없이 on y va! 한 마디하고 확 앞으로 쏠리던 내 몸. 뛰어내릴때 카메라를 쳐다본 기억이 나지만...

뛰어내리자마자, 가장 긴장된 순간이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청룡열차를 타는 것처럼 뭔가 뚝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세찬 바람이 나를 들고 있는 느낌. 엄청난 속도(사람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50킬로 정도 나가는 여성의 경우, 모니터 요원 무게와 낙하산 무게 다 감안해서 250km/h 정도라고 한다.)라고 하는데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찬 바람때문에 숨쉬기 어려운 정도? 정신이 없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은 낙하산을 펼친뒤부터 들었던 것 같다.


입을 벌리면 내 볼이 마구마구 날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웃어주는건 필수!



1500m에 이르면 낙하산을 펼치게 된다. 그 순간, 몸이 확 뒤로 잡아당겨지면서 똑바로 서게 된다.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서서히 떨어지면서 바람에 실리는 기분, 하늘을 나는 것 같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는지 확인하고, 완전히 펼쳐지고 나면, 둥둥 떠다닐 수 있다.

낙하산은 항상 두개를 지고 올라간다고 함.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낙하산이 다 펼쳐지고 나면, 조종을 할 수 있도록 양쪽 손잡이를 넘겨준다.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당기면 오른쪽으로 가고.. 생각보다 엄청난 힘으로 당겨야 해서 힘들었다. 그리고 나서, 모니터 요원이 재미있게 해 준다며, 오른쪽으로 확 당기자, 낙하산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와우...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몸이 둥실둥실 나는데, 정말 표현하기 힘들다. 발밑으로 보이는 풍경과, 약간 몸을 죄는 벨트들의 느낌이 없었다면 꿈속에서 날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진짜 몽환적인 분위기...


도시가.. 이렇게 보인다. 진짜 기분 최고다. ㅋ


착지하기에 앞서 미리 다리를 드는 연습을 했다. 다치지 않으려면 말을 잘 들어야지. ㅋ 땅이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의 고도는 300미터 정도... 이제 내리는구나.. 아쉽다... 사실 제대로 느낄 새 없이 내려온 느낌이다.


생각보다 착륙은 부드러웠다. 바닥과 평행이 되게 확 내려와서 낙하산을 살짝 땡기면 폴짝하고 바닥에 내려오게 된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제대로 서기 어려웠다. 난 엉덩이로 착륙했고 신랑은 살짝 가볍게 발로 땅을 내딛었다고 한다. 먼저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는 신랑이나, 방금 내려온 나나.. 신나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날이 맑아 바람이 많이 없는 날은 조금 일찍 내려오기도 한다는데 어쨌든 짧다.. 는 느낌이다. 아쉽다. 좋다..

기다렸다가 사진 구경하고,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30유로라고 해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듯. 첨부터 사진옵션 추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다들 사갔다.) 디비디 편집되기를 기다려 받았다. 신랑의 경우, 카메라맨이 따로 찍어서 낙하산을 펼친 뒤에는 영상이 없고(카메라맨은 낙하산이 펼쳐지기까지 찍고 자신은 800미터쯤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빨리 내려와 착륙하는 모습을 찍는다) 그뒤에 착륙하는 영상이 있다. 나의 경우는 전신은 나오지 않지만 내려오는 내내 모습이 나온다. 낙하산을 조종하는 모습도.. 장단점이 있는듯. 커플이 둘다 비디오 옵션을 선택한다면 이렇게 다르게 찍는것이 좋을 것 같다.


한줄 요약.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 보길. 다리도 못 건널 정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그리 무섭지 않다.
**비디오 옵션은 꼭꼭 선택하길. 그리 긴 비행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상이나 사진이 없다면, 그 순간을 다시 즐기기가 어려울것 같다. 지금도 어떻게 내려왔는지 낙하산을 펼치기 전은 그리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절대 후회안한다.

다음번엔, 패러글라이딩을 해 보고 싶다. 열기구도 타보고 싶은데 신랑은 그건 싫댄다. 번지점프는 못할거 같고.. 이번에 남쪽으로 휴가 내려가면, 패러글라이딩 있으면.. 해 볼까 함. 근데 돈 넘 많이 들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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