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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쓰기가 도통 귀찮다. 내 시간 뺏겨가며 뭐 하나 싶기도 하고, 권태기가 아닐까.. 아니 원래 내 성격이 나오는 건지도. 게으름..



어제 밤 10시경, Mary & Max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참, 이 애니, 강추다) 갑자기 전기가 뚝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가 나가기 전, 창문을 통해 하늘에서 번개같은 섬광이 번쩍하는걸 보긴 했는데... 비도 오지않는데 마른 벼락이라는게 이런걸까.. 하는 찰나 집 전체의 전기가 모두 나가 버렸다. 그 순간 도로의 가로등도 역시 꺼지는 걸 보았기에 우리집만 그런건 아니구나.. 하면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불을 밝혔다. -_-;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도 도로에 나와 웅성웅성.. 이 근처만 나간건가 싶어 이층으로 올라가보니 시내중심가의 대성당을 밝히던 조명도 역시 꺼졌다. 도시 전체가 완전 어둠에... 지나가는 차도 없으니 완전 암흑... 집집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불빛이 보이는 걸 보니 이제서들 초를 찾아 밝히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도 남편이 지하실에 내려가 손전등을 찾는 사이(아니 그걸 왜 지하실에 둬..) 초를 찾아 켜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정전을 경험해 볼줄이야.. 프랑스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선 - 개발도상국이었다.. - 정전이 가끔 있다고 해서 초를 상비하고 있어야 했었다. 그나마 난 시내 중심에 살아서 한번도 겪은 적이 없었지만 주변 말로는 잦은 일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분명 사고가 난거겠지만.. 여기저기 켜놓은 초들로 인해 나름 분위기도 나고.. 전기가 나갔으니 보일러도 꺼질게 분명하다며 추워질까 걱정하는 남편 옆에서 촛불켜고 신나하는 나...

분위기 좋당.. 그럼서 신나하고 있는데 팟..하고 다시 들어오는 전기. 한 10분정도 흐른거 같았다.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내가 사는 도시와 이 일대 전체가 전기가 끊겼었다고 한다. 10분 이내로 복구된 곳도 있고 한시간 가량 나간 곳도 있었다고 하네.



내 닉넴은 키키다. 자주 가진 않지만 rss로 구독하고 있는 어떤 이글루스 블로거의 글에서 kiki란 단어의 불경(?)스러운 뜻(만 강조되어) 얘기되어진게 있길래.. 오해를 좀 줄여보고자 닉넴에 관한 변명을 써볼까 한다.


1. 닉넴을 뭘로 하지?
티스토리 초대를 받고나서, 닉넴을 뭘로 정할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실제의 나와 연결시키고 싶지 않아서 넷상에서 지금까지 써왔던 닉넴과는 완전 동떨어진, 그렇지만 그래도 내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영 동떨어진 닉넴을 쓰고 싶지 않아서 나와 남편이 쓰는 애칭인 키키를 닉넴으로 쓰기로 했다. 애칭이기에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는 내가 키키로 불려지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나와 연결시킬수 없는.. ㅋㅋ

여기서 애칭에 대해 좀 살펴보자.
프랑스에서 가까운 사이에서는 이름을 그냥 부르기 보다 애칭을 부르는 편이다. 보통 애칭을 만들때,

- 이름의 한 음절을 따서 겹쳐부르는 식으로 만들거나 (예를 들면, 리슬렌(Riselaine)의 경우 riri, 루나(Louna)는 loulou 이런식으로)

- 긴 이름을 두음절로 줄여서 만든다 (꺄트린은 꺄티, 사브리나는 사브, 에밀리는 에미.. 등등)

그런데 원래 짧은 이름이거나 음절을 겹쳐서 만들기 힘든경우, (나나 남편이름이 그러하다) 뭐 이거저거 가져다 쓰기도 한다. 저 키키라는 애칭은 원래 내 열쇠고리에 달려있던 원숭이를 부르던 것에서 내게로 옮겨온 경우다.


2. kiki의 사전적인 뜻은?
키키 라는 단어를 사전 찾아보면 그 뜻은 '목구멍, 목'이란 뜻이다. 그리고 표현중에 '자, 이제 시작하자, 출발하자'의 뜻으로 'C’EST PARTI, MON KIKI !' 란 표현이 있다. 뭔가를 시작하거나 길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며 (뭘 마신다는 뜻이다) 내뱉었던 표현으로 그게 오늘날 '자, 이제 떠나자, 시작하자 또는 시작해 볼까?'란 뜻으로 굳어진 거다.

집을 나설때, 꾸물거리는 내게 남편이 '빨리 가자' 뭐 이런 뜻으로, 그리고 원숭이가 달린 내 열쇠 꾸러미를 집어들면서, 열쇠 챙기는걸 잊지 않기 위해 자주 내뱉었던 이 문장. 그럼 원숭이와 키키는 무슨 관계??


3. 키키라는 이름의 인형
일본 도쿄가 고향인 이 인형은 유럽과 미국에 수출되어 80년대 큰 인기를 끌었었다.

오리지널 키키 인형.


오늘날에도 이 인형은 곳곳에서 볼수 있다. 그래서 원숭이 인형이면 다 그냥 키키라고 부를 정도다. 그래서 내 열쇠고리에 달린 원숭이 인형도 이름이 키키가 되었다...

요즘엔 이런 변형 키키도 많다.


슈퍼맨 키키.



4. 물건의 이름이 물건 주인에게 옮겨오다...
이름보다 애칭을 부르는 것이 뭔가 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건 사실. 애칭을 만들기 불가능한 이름이기에.. 자연스럽게 키키가 나를 뜻하는 애칭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애칭을 만들기 불가능했던건 남편도 마찬가지, 그래서 남편은 gros kiki (큰 키키), 나는 petit kiki (작은 키키) 뭐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키키의 다른 뜻을 알게되면, 이 역시 부부 사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애칭임을 깨닫게 되실것..ㅋㅋㅋ) 애칭이란 것이, 남앞에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서 둘만 있을때 사용하는 것인 만큼 꺼리낌이 있을게 뭐람.


5. 키키의 또다른 뜻?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정의이지만, 키키란 단어는 애들에게, 그리고 애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성기'를 지칭하는 많은 단어들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꼬추. 꼬치' 또는 'X쥐'등으로 귀엽게 애기들에게 사용하는 애기들 말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 뜻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런식으로 발음이 귀여운 그러나 지칭하는 단어는 다소 민감한(?) 애기들용 단어는 무수히 많다... 궁금하시다면 나중에 풀어드리겠다... 애기들 말인지라 주로 음절이 반복되는 단어들이 많다.. (néné, nénette, zizi, zézette, kékette, mounette, gougoutes, lolo, zigounette, coucounette, etc. 사전 찾아도 거의 안 나온다...)

그리고 애기들 말이 아니어도 이런식으로 사용되는 이중의 뜻을 가진 단어들 또한 무수히 많다. 욕이라기 보다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속어(俗語)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말 중에서 '좇'이라는 단어의 어감에 해당되는 단어는 bite/bitte이다.)


6. Kiki, la petite sorcière 마녀 배달부 키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애니메이션은 다들 아실것, 남편 눈에 비춰지는 나의 캐릭이 곧 이 키키라고 보심 됨.. ㅠㅠ
(재밌는 건 키키가 데리고 다니는 검은 고양이 이름이 'Jiji(지지)'라는 거다. 철자는 다르지만 '지지(zizi)' 역시 '성기'를 칭하는 단어. chat(고양이), cahtte, chaton(새끼 고양이)가 여성의 그부분을 뜻하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데, 고양이 이름이 '지지'라는거 재밌지 않은가? 나만 재밌나.. -_-;)




결론을 내려야겠다. 이런저런 내력을 거쳐 발음도 귀엽고, 부르기도 쉬운 이 단어가 애칭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 외에도 둘이 사용하는 애칭은 엄청 많다.) 그리고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닉넴이 좋을거 같아 'kiki'를 고르게 된거다.

그러니 내 닉넴 키키는 꼬마 마녀 키키, 원숭이 인형 키키로.. 기억해 주시길.

(불어 단어들이 많이 나와 '언어'카테고리에 포스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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