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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내가 베이킹을 하는 이유

블랑코FR 2009. 12. 15. 04:03

시간은 많으나 할일은 딱히 없었던 제작년 여름 방학, 그때 베이킹을 첨 시작했다. 여름이란 계절은 베이킹을 하기에 적합한 계절은 아니었다. 오븐을 데우는 것만으로도 부엌의 공기는 후끈후끈 해졌고, 다 구워진 케잌이나 빵을 꺼내고 나서 더운 김을 빼내려고 오븐 문을 열어두면 정말 죽음이었다. 반대로 겨울엔 오븐 문 앞에 붙어 있는다. 그렇게 베이킹 세계에 입문한지 2년차에 접어드는데..

한국에선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유기농 먹거리 등의 이유로 직접 빵을 만드는 것 같다. 좋은 재료로 방부제 안넣고. 정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먹거리.

빵의 천국 프랑스에서, 집밖으로 나가면 한 블럭 건너 있는 빵집에서 신선하고 맛좋은 바게트, 크루아상은 물론이고 각종 빵들을 살수 있는 나라에서 내가 베이킹을 하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바로 한국에서 먹던 그 빵들을 먹기 위해서다.

이 정도면 괜찮은 실력 아닐까? ㅋㅋ


내가 어렸을때, 지금도 그렇겠지만 빵집이라면 으례 슈크림빵, 곰보빵, 팥빵 이 세가지 빵들을 팔았다. 우리 어머니가 이 세가지 빵들을 골고루 사오시면, 난 슈크림빵과 곰보빵만 먹었다. 다행히 우리 어머니는 팥빵을 좋아하셨고.. (혹시 울 엄마도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서.. 어머니는...'이셨던 걸까...) 차가운 우유와 같이 먹어주면 정말 맛있었던 게다가 값도 쌌던 그 빵들... 가끔 옵션으로 사오셨던 소라빵도 생각나는구나.

그리고 좀 고급빵으로 쳐주었던 소세지를 중심으로 빵이 돌돌 말린 소세지빵, 옥수수, 야채와 소세지가 들어간, 그 위에 마요네즈와 케첩으로 장식했던 또다른 소세지빵, 반만 먹어도 질리던 야채 고로케, 그리고 매주 교회 다녀오면서 항상 들러 사오던 파리XXX의 찹쌀 도너츠...

프랑스의 고급 빵들에 질린건지.. 가끔 어렸을때 먹던, 슈퍼에서 팔던 그 싸구려 슈크림빵과 곰보빵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걸 먹기위해 레시피를 뒤지고 만들어 먹었다. 모양은 사먹던 것만큼 이쁘지 않지만 맛은 그대로, 우유와 먹으면서 옛날을 그리워해 본다. 왜 이런 빵들은 안 파는건지.. 아님 내가 못본겐가...

그동안 소라빵, 소세지빵, 슈크림빵, 곰보빵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빵들을 보고 첨 보는건데 맛있다면서 나보다 더 잘먹던 신랑. 요즘은 왜 안 만들어 주냐고...

모양때문에 애들이 좋아할것 같은데 왜 안팔까??


그러다가 어제 '남자의 자격'에서 경규신이 만든 모카빵을 보고, 울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모카빵, 가격대비 부피가 커서 좋았던, 그러나 건포도가 싫어서 건포도만 쏙쏙 골라내고 먹었던, 그 모카빵을 덮고 있는 비스켓이 넘 맛있어서 몰래 그것만 떼어 먹었던 바로 바로 그 모카빵이 먹고싶어서 오늘 도전했다. 음.. 쉬운건 아니네. 베이킹 첨 하는 것 치고 경규신이 정말 잘 만들었구나...

지금 2차 발효중, 맛있었으면 좋겠다. 건포도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넣어서 골라내느라 귀찮을것 같지만... 암튼 잘 부풀었으면 좋겠네.

나이가 드니 한국의 먹거리가 그립고.. 그래서 그맛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곰탕이 땡긴다. 소꼬리를 사야할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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