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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가진 이가 아니더래도 예수님 주변에 두명의 마리아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 것이다.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와 성경 여러곳에 등장하며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봤고 부활을 처음 목격한 막달라 마리아(불어로는 마리 마들렌)가 그들이다. 이 마리 마들렌을 둘러싸고는 여러가지 설들이 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소설들이 쓰여졌음을 다빈치 코드를 본 이들은 기억하겠지. (그녀가 예수님과 결혼했으며 예수님의 딸을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키웠다는 등...)

암튼 이를 논하려는게 아니라... 에베소(지금의 터키)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지역을 전전하다가 프랑스 남부에 정착했다는 이 마리 마들렌이 그녀 생애의 마지막 30년을 보냈다는 성스러운 동굴이 바로 생뜨 봄 산악지대(Massif de la Sainte-Baume, 보메라고 표기하는건 옳지않음)에 있다.

간단하게 생뜨 봄(La Sainte Baume)이라고 부르는 이 산 위에 ('baumo'는 프로방스 옛 말로 '동굴'이란 뜻이다.) 생긴 자연 동굴에 그녀가 30년을 살았고, 그녀가 죽을때 천사들이 내려와 육신을 Saint-Maximin(생 막시망)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무덤은 지금 생 막시망에 있다. 이후 6세기 경에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승들이 청빈한 삶을 살고자 그 산속에 자리잡았고 지금까지 그곳에 지키고 있다.

13세기부터 성지로써 순례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여전히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수도원과 마리 마들렌 동굴




올라가는 길은 잘 닦여있어 험하진 않았지만 45분여를 계속 오르기만 해야했다. 이 근처의 험악한 땅들과는 다르게 올라가는 길 주변은 온통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성녀의 보호 덕분에 나무들이 이렇게 자란거라고 믿고 있단다. 그래서 나무를 베는 것도 금지라고 한다.


빽빽한 나무들 덕분에 올라가는 길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늘했다. 사진에는 밝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어둡다. 돌들과 나무뿌리들로 만들어진 계단과 이상하리만치 높게 자란 나무들.. 이끼들이 어울려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변을 보면서 느낀것은 진짜.. 어디선가 엘프가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면 동굴과 수도원으로 가는 계단과 산책길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조용히 하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맞이하면서 굉장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수도원 옆에는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묵주를 비롯 작은 물건들을 판다)가 있었고 순례자들을 위한 피난처가 있었다. 그 곳에는 간단하게 차나 커피를 마실수 있도록 셀프 바가 있었고 목이 마른 사람들을 위한 생수와 간단한 간식거리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구석에 놓인 방명록에 우리가 다녀갔음을 한글로 적고 왔으니... 함 찾아보시길. 


지금도 크리스마스 이브와 마리 마들렌 성녀 축일인 7월 21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미사를 드린다고 한다.


동굴을 나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산책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우리가 걸었던 chemin de crête(능선을 따라 난 길로 트레킹 코스이다)으로 갈 수도 있다. 매우 아름다우므로 걸어볼 만한 가치는 있지만 트레킹 초보자라면 권하지 않겠다. 능선 길이만 13.3km였던 (능선까지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는 거리까지 다 합하면 도대체 몇km를 걸은건지.. ㅠㅠ) 개고생 트레킹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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