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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위도가 조금 더 높은 프랑스는 말이 4계절이지.. 겨울과 여름만 있다고 봐도 된다. 봄이란건 겨울과 여름이 바뀌는 그 중간에 어정쩡하게 초겨울 날씨 같다가 어느순간에 초여름 날씨가 되버리는 바로 그 부분을 뜻한다. 가을이란것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9월, 10월이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시원하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된다고 하면 - 요즘은 범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때문에 그렇지도 않은것 같더라만.. - 프랑스에서, 특히 내가 사는 동쪽 지방의 경우, 9월은 운이 좋으면 여름날씨처럼 청명하게 덥고, 운이 나쁘면 한국의 11월 날씨처럼 음습하고 쌀쌀하다.
올해 9월에는 운이 좋았었다. 9월 중순에도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름해처럼 강렬해서 반팔을 입고 그늘로 피할 정도였으니.. 작년에 9월부터 난방을 시작했던 것과는 완전 비교되는... 날씨 좋은 주말에 시내에 나가면 한여름처럼 까페, 레스토랑 테라스들을 사람들이 꽉꽉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10월 초에도 비가 오긴 했지만 따뜻한 날씨였는데..(20도 근처) 이번주부터 갑자기 고기압의 영향으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아침기온 15도 정도였는데, 아침기온 2도 낮기온 9도로 뚝 떨어진 것이다.
작년 생각 못하고, (신랑이 작년 메모를 들쳐보기 전까진 9월에 난방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떻게 10월부터 난방을 할 수 있냐고.. 겨울도 아닌데.. 두꺼운 스웨터 입고 버텨..라며 엄포를 놓았더니 신랑이 나보고 제정신이 아니라며 웃는다.
Taxe carbone이라고 CO2를 배출하는 것들에 세금을 더 매기는지라 가스값도 오른다고 하는데.. 실내온도 19도.. 별로 춥지도 않네. 옷 더 껴입어! 그러면서 수은주가 뚝 떨어진 첫날을 보냈다. 그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기온 영하1도, 낮기온 5도란다.... 그제서야 신랑아 미안해 난방 켜..라고 했다. 집안 온도를 보니 15.8도.. 신랑아, 미안...
나야.. 출근 안하는 날엔 느지막하게 일어나 옷껴입고 돌아다니면 되고 저녁쯤 되면 날 춥다고 해도 해가 나니 아침보단 덜 춥고한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해야 하는 신랑은.. 써늘한 욕실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을 틀면.. 수증기가 일것이고 습하고도 차가운 수증기가 얼굴에 닿는 기분은... ㅠ.ㅠ 불쌍한 신랑.. 내가 너무 궁상을 떨었구나...
우리집 난방은 여느 집들처럼.. 벽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어 공기를 데우는 난방이다. 요즘 지어지는 집들 중에 바닥 난방, 온돌인 집들도 있다는데.. 우리 조상들이 정말 현명한거지.. 벽에 붙어있는 라디에이터가 아무리 크고 길어도.. 한계가 있다. 한국처럼 반팔을 입고 지낼정도로 난방을 하려면 아주 엄청난 가스비가 나올게 될거다. 아무리 창이 이중창이라고 해도... 옆에가면 따뜻할 뿐.. 집안 전체를 데우기엔 역부족..
오래전에 지어서 중앙난방식인 아파트들을 제외하곤 거의 개별전기난방들이라 전기세가 엄청나게 나오니까 대부분 프랑스집들은 난방을 세게 하지 않는다. 적정온도가 19도~21도 정도? 반팔은 커녕 긴팔에 가디건 정도는 걸쳐줘야 감기에 안 걸린다. 우리집은 메종이라고 부르는 단독주택이라 역시 개인이 알아서 하는 난방, 우리집은 아침 저녁에는 21.5도로 맞춰놓고 낮에는 사람이 없으니 17도로 맞춰놓는다.
오랫동안 난방을 안해서 난방을 시작할때 무슨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자기 있을때 켜자고 해서 신랑 출근한 동안 라디에이터 청소를 했다. 그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난방을 하면 더운 공기에 그 먼지들이 다 공기중으로 붕 뜰거같은 생각에...
울집 라디에이터들 대부분은 요렇게 생겼다. 저 사이사이를 다 청소해야함..ㅠㅠ
좁은 틀 사이사이 청소하면서, 정말 비효율적이야.. 투덜댔다. 청소도 힘들고 깨끗하게 안되고 라디에이터와 벽 사이로 물건이 떨어지면 꺼내지도 못하고.. 그나마 난방하기 전 한번, 일년에 한번만 청소하면 되니 다행이랄까.. (겨울동안 내내 먼지쌓이겠지만 내 알바 아니오... 난 매우 게으른 뇨자..) 그러고보니.. 그래서 우리 나라는 온돌이라 방바닥을 매일 쓸고 닦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바닥 난방이니 맨발로 다니고 더러우면 효율이 떨어지니 잘 청소해야 하고..
요렇게 생긴건 그래도 요즘 모델. 부엌에 있는 것만 이렇게 생겼는데 확실히 덜 따뜻하다.
게으른 나는... 매일 바닥 청소해야 하는 온돌과 일년에 한번만 청소해도 되는 라디에이터 둘중에 하나 고르라면 당근 후자다. 지금 일주일에 한번 하는 것도 힘든데.. 이걸 매일 하라믄... ㅠㅠ
아무튼 결국 어제부터 난방을 시작했다. 하고보니 확실히 따뜻하다. 글고보니 가습기도 틀어야겠구나. 공기를 데우니 많이 건조하다.
남쪽에 사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춥다는 동쪽이라..(북쪽보다 더 춥다. 북쪽은 바다가 가까워 기온이 많이 안떨어지고 동쪽은 내륙이라 더 춥다, 참, 내가 북쪽에 산다고 하실수도 있겠으나 엄연히 말하면 동쪽이다. 일기예보 라치면 내가사는 곳과 스트라스부르가 항상 기온이 젤 낮다...) 겨울이 다른 곳보다 긴 것은 사실... 10월 중순에 벌써 난방이라니... 내년 4월까지 하게 될텐데.. 에휴~
이건 이동식 라디에이터. 전기로 작동하는건데 내가 집에 혼자 있는 날은 이걸로 내 방만 난방한다. 혼자 있는데 집 전체를 난방하는건 낭비... 1500w라고 해도 집 전체 난방보단 덜 먹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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