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바티칸 박물관에 가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예약도 안 했고 가이드 신청도 안 해서 8시 반에 도착하도록 집을 나와 걸어갔다. 숙소가 더웠고 창문으로 보니 날씨가 좋은 것 같길래 두꺼운 외투는 안 입으려고 스웨터를 입고 가디건을 걸쳤다. 걸어갈 땐 몰랐는데 줄서서 기다리며 그늘이라 바람부니까 엄청 추웠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실내에 있을 거니까 필요없을 것 같아서 안 챙겼는데 막판에 입장하기 전에 비왔다... ㅠㅠ 


숙소 골목을 나와 이 길을 따라가면 성천사성이 나온다.


성베드로 대성당. 걸어서 15분.


듣던대로 줄이 길었다.


왼쪽은 일반 입장이고 오른쪽은 그룹 입장인데... 줄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가이드들이 와서 사람들을 모집한다.

왼쪽 줄과 오른쪽 줄을 가르는 경계가 있는데 왕래할 수 있도록 군데군데가 뚫려있다. 그런데 오른쪽 줄로 가는 것처럼 걸어와서 슬쩍 왼쪽으로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서 그러는 거야 내가 어쩔 수 없는데 어떤 아줌마가 슬쩍 내 앞으로 새치기를 하는 거다. 마치 다른 사람 길 비켜주려는 것처럼 왼쪽으로 들어오더니 조금 얼쩡대다가 자리를 잡았다.


남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중에 와서 그것도 내 앞에 끼어든 건... 아마 나와 일행처럼 보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동남아 아줌마였다.) 그래서 말했다. 뭐하는 거냐고. 그냥 얼버무리면서 시선을 피하길래... 어짜피 할 일도 없고 집요하게 물었다. 끼어든거냐. 나가라. 자기 시간이 없댄다. 내가 다들 똑같다고 그랬다. 너보다 일찍와서 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안 보이냐고. 대답 안 하길래 나가라고 계속 나가라고 그랬더니 슬금슬금 뒤로 가서 서너명 뒤에 자리잡고 서더군. 내 옆을 떠났으니 어쩔 수 없어서 내버려뒀다. 


11월에도 이런데 성수기에는 장난 아니겠지. 나중에 나오면서 보니 비수기에는 굳이 아침부터 와서 줄 설 필요 없을 것 같다. 12시만 되어도 줄이 없다. 어짜피 5시까지 오픈이니 빨리 볼 사람은 점심때쯤 와서 봐도 될 거다. 


입장할 때부터 비가 오더니 오전 내내 비가 오다가 개었다가 또 비가 오다가... 오락가락했다.



바티칸 박물관은 전시실도 많고 방도 많고 작품들도 많고 너무너무 많아서... 눈으로 보기에도 바빴고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으나... 많이들 올리는 사진 빼고 몇몇 유명한 작품과 천장 사진들 올린다. (천장이 정말 다들 아름다웠다.)


모자이크


라파엘로의 작품들


라파엘로의 방을 지키는 CCTV


피에타상 모조품. 진짜는 성베드로 성당에



오픈을 안 해서 사람이 없는 석관 전시실



피냐 정원. 이때 잠시 비가 그쳤다.


지구 안의 지구. 지구의 오염과 멸망을 표현함.



겨우겨우 다가가 찍은 라오콘 상


다녀갔다는 걸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유명한 작품들 외에 사진에 담은 건 보고 마음에 들거나 인상적인 작품들. (여기 담은 건 정말 일부다)








네로 황제의 욕조










바티칸으로 출퇴근하시는 분들...




아테네 학당


그리고... 그토록 기대했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보고 나왔다. 사진촬영이 금지라 찍지 않았고 대신 가장 오래 머물렀던 방이다. 아예 의자에 앉아 계속 구경했다. 사실... 유명한 그림을 직접 본다는 것 외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여기 오기까지 유명하거나 유명하지 않거나 엄청난 수의 작품들을 보고 왔기에 조금 질렸다고 할까. 그래도 엄청난 작품임은 틀림없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그림을 자세히 보고 내용을 읽는 게 재밌지 직접 와서 보는 건 말그대로 나 다녀왔다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 시선과 흥미를 끌었던 작품들은 유명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았다. 


바티칸 도서관



시스티나 천장화를 보고 뒷문으로 나가 성베드로 성당으로 갔어야 했는데... (대부분 다 그렇게 하고 그렇게 권하는 이유가 있다.) 박물관 입구까지 돌아오는 길에도 전시실들이 많으니까 구경하고 밖으로 나가서 성베드로 성당에 가려고 했는데. 실패! 그 이유는 나중에...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해가 나왔길래 이 정원에서 볕을 쬐며 간식을 먹었다.



아래로 내려가니 교황님들이 타셨던 마차와 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자동차 좌석은 없애고 의자를 놨다는 것이다. 교황 바오로 2세가 저격을 당했던 차도 전시되어 있었다.




출구로 나오니 줄이 거의 없었음.


걸어서 성베드로 성당까지 왔는데... 솔직히 너무 많이 걸어서 내부만 구경하고 쿠폴라에는 안 올라가려 했는데...



아침에는 없던 줄이 생겼다. 우리처럼 박물관 구경하고 왔거나 성베드로 성당만 구경하러 온 거겠지. 박물관에서 바로 갔다면 이미 검색대를 거쳤으니 상관없는데 우린 밖으로 나온 상태라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검색대를 거쳐야 했다. 검색대가 많은데 그 중 두 세 개만 열어놔서 줄이 엄청 길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잠시 갈등을 때렸으나... 나중에 또 오지 뭐.. 그러고 그냥 포기했다. 기다리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날도 춥고...



전날 미사를 드렸기 때문인지 광장이 의자로 가득했다.



솔직히 로마에... 또 오랴 싶은데... 그래서 성당을 방문하지 못한 게 사뭇 마음에 걸리지만... 뭐...

시스티나 천장화 보고 바로 성당으로 가시길. 사실 오는 길에 있는 전시실들은 그닥 볼 게 별로 없다.

성베드로 성당에 굳이 가려고 했다면 다시 박물관 입구로 들어가 (그날 산 표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빠른 통로를 통해 시스티나 성당까지 가서 베드로 대성당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내가 발목이 아프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그런데 성치 않은 다리로 너무 걸어서 더 걸을 수가 없었다...


성천사성


점심을 간식으로 때워서 늦은 점심을 피자로 먹고 (또 피자!!) 집에 돌아가 쉬었다. 원래 저녁까지 쉬려고 했는데 1시간 만에 다시 나와 판테온으로 트레비 분수로... 강행군을 했다. 아픈 다리로 쉬어가며 그래도 다 걸었다는 거... 나도 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