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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간 큰 지름을 하였다.

라떼음료까지 버튼 하나 누르면 전자동으로 뽑아내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캡슐 커피 머신을 둘 다 지른거다.


사연은 이렇다. 원래 커피를 드립커피머신과 Senseo라는 에스프레소를 가장한 필터커피머신, 그리고 간간히 프렌치프레스를 사용해 마시다가 올초 드립커피머신이 고장났다. 센세오는 대용량을 뽑아내기 불편해서 다시 드립커피머신을 구매하려고 생각했고 원두를 갈아서 바로 드립으로 내려주는 필립스 머신을 사려고 하다보니 점점 상위 기계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집에 있는 Senseo(센세오) 모델이다. 나름 한정판이라는... 크레마 흉내도 내주는 필터커피다. 장점은 커피파드(POD) 가격이 싸고 온갖 브랜드들이 다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독점 노노...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려고 생각한게 한 두 해가 아니라서 올해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기호식품이 돈을 쳐들여도 되는 걸까... 지름앞에 소심해지는 나...) 그러다 매장을 방문하게 됐는데 눈에 딱 꽂힌 드롱기 ECAM 23.470.S 머신! 확 지르려고 가격 비교를 시작하니 더 윗모델이 있더란 말이다. (끝없는 욕심...) 비슷한 가격에 라떼 마키아토, 카페라떼까지 뽑아내는 ECAM 26.455.M. 그러다 동급 모델들 비교하면서 필립스 셀시스(Philips Xelsis)에 가찌아 아카데미아(Gaggia Accademia)까지...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한국에 비해서는 가격이 살 만한 수준이다)


거의 구매확정하다시피 했던 드롱기 ECAM 26.455.M. 여러 라떼음료를 다양하게 만들어줘서 끌렸음. 크기가 비교적 작은 것도 맘에 들었다.



인터넷 구매가 훨씬 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직접 만져보지 않고 구매할 수는 없는 법. 매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커피를 맛보라며 손을 잡아끈다. Fête des mères (어머니날) 행사로 라바짜 아모도미오(lavazza a modo mio) 캡슐 커피 머신 행사를 절반 가격에 팔고 있었다. 


라바짜 커피 맛도 좋고 캡슐 커피라 간편하며 무엇보다 기계값이 거저인데다 (물론 그들은 캡슐로 돈 벌겠지) 시식용 캡슐 커피를 24개나 주길래... 정말 전자동 머신이 올 때까지 마시고 팔아버릴 요량을 사버렸다. 배송이 느리니까 한 2주걸려 올 텐데 그 동안 마실 커피야..하면서. 핑계는 좋다.


라바짜 블루 캡슐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새로 출시한 아모도미오 캡슐을 사용하는 머신이다.


원래 라바짜 아모도미오 머신은 필립스에서 나온게 시중에 많은데 엘렉트로룩스사에서 새로 출시하며 기계를 마구 푸는 게 아닐까 싶다. 어짜피 캡슐 머신은 캡슐로 돈을 버니깐... 중고로 팔거라 스티커 하나도 안 뗐음요... 스팀노즐이 있지만 거품내는 성능은 별로다. 대신 아메리카노 만들기 편하다. 뜨거운 물 뽑고, 에스프레소 원샷 넣어주면 되니까. 


커피맛은 좋다. 단점은 캡슐 값이 네스프레소보다 비싸다는 거? 사진은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 룽고 뽑은 거다.


아아.. 알록달록한 캡슐들을 보시라. 개당 0.35 유로다. 네스프레소보다 조금 더 비싸다. 맛은 좋다. 전자동 머신에 비해 장점이라면 디카페인 커피를 뽑기 좋다는 것. 전자동은 원두를 바꿔줘야 한다. 그라인더가 두 개 들어간 가정용 머신도 있던데 가격이 엄청 비싸고 크기도 장난 아니다...


벌써 며칠 먹어서 캡슐 1층은 거의 비었다.


주방에 공간만 많다면 센세오도 라바짜도 그냥 팔지 않고 두고 싶은데... (센세오는 무려 한정판이잖아!!) 공간 문제상 그럴 수가 없다. 최종 주문한 건 가찌아 아카데미아라서 드롱기 머신보다 크기가 좀 더 크다. 항시 꺼내두고 쓰는 토스터기에 키친에이드 반죽기에 찜기에... 자리가 없다. 결국 찜기 자리에 커피 머신을 놓을 예정...


요게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다... ㅎㅎㅎ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전자동 머신 고를 때 내가 골랐던 세 모델에 대한 정보가 정말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막판까지 재보게 만들었던 세코 필립스 셀시스와 가찌아 아카데미아는 디자인도 비슷하고 기능도 거의 같아서 몇날 며칠 인터넷을 뒤지게 만들었다.


결론은 세코사가 가찌아를 먹었고 그런 세코사를 필립스가 먹어서 필립스에서 셀시스를 먼저 출시했고 (버튼 모델) 이후 아카데미아가 나왔으며, 이후 셀시스 터치 버전과 ID 인식 버전(손가락을 갖다대면 지문을 인식해 저장해둔 메뉴들을 보여줌)이 출시됐다.


드롱기 모델에 비해 장점이라면 스팀노즐이 따로 있어서 (드롱기는 스팀노즐을 빼고 우유통을 끼우는 방식이라 온수를 뽑고 싶다면 바꿔줘야 한다는 면에서 불편함) 온수 뽑기가 편하고, 냉장고 문처럼 앞짝 전체가 열려서 내부구조 보기가 편하다. (커피추출구 꺼내서 씻을 수 있다는 점은 드롱기나 셀시스나 다 똑같음)


막판 경합을 벌였던 세코 셀시스 HD 8943/8944. 사진은 ID 인식 버전이지만 그것만 빼면 동일함. ID 인식 버전은 가격이 돈지랄이 되버림...



그럼 왜 가찌아 아카데미아로 최종 결정했느냐... 버튼의 편리함이다. 아카데미아 모델이 편이성에서 좀 더 뛰어나다. 좌우에 따로 빼놓은 자주 쓰는 버튼도 셀시스 모델에서 설정해 놓은 것보다 좀 더 유용하다. 가격은 셀시스나 아카데미아나 비슷.


구매에 참고할 정보를 더 말하자면... 드롱기는 A/S 3년, 가찌아와 필립스는 2년. 가찌아는 필립스 A/S 센터로 연락해야 함. 셋 다 문제 생기면 직접 집에 와서 머신을 가져가거나 택배 상자를 보내준다. 셋 다 자동청소 기능이 있다. 셀시스와 아카데미아 모델은 그라인더가 세라믹, 드롱기는 스뎅... 셀시스와 아카데미아 크기가 같고 드롱기는 좀 더 작음.


머신 선택에 있어서 반자동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왜냐... 귀찮아서... 난 라떼 음료가 좋은데 스팀 데우기 귀찮고 청소하기 귀찮고, 원두 갈아 넣고 뽑고... 분명 나중에 좋은 그라인더가 욕심날 텐데 사면 가격 비슷해진다. 그리고 솜씨가 좋으면 전자동이 반자동을 못 따라간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솜씨를 닦을 내가 아니다... 살짝 네스프레소 라티시마를 고려한 적도 있으나... 자동세척 기능이 없어서... ㅠㅠ


밖에서 사먹는 카푸치노, 카페라떼에 우유거품도 아니고 직접 만든 생크림도 아니고 스프레이 생크림을 뿌려주는데 이골이 난 것도 있고, 한 1-2년만 집에서 카푸치노 마셔도 본전은 뽑는 거라... 그렇다고 절대로 한국 가격 생각하고 돈지랄 했다고 하심 아니 아니 아니되오... (유럽에 사는 장점이 이럴 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영상이다. 다 기계가 했는데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잘난척 하는 저 표정을 보라. 바리스타 앞치마 입고 한 건 버튼 누른 게 다... 얄미워...


주문하기 전까지 뭐가 나을지 머리 깨져라 고민하고 정작 덜덜 떨려서 주문 못 한 나는 정작 덤덤한데...

나대신 주문 버튼을 서슴없이 눌러준 남편이 신나하면서 언제 오냐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몰라... 언제 오는지... 오기는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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