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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알람은 라디오다. 오늘 아침 모로코 마라케시의 젬마 엘 프나 광장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에 눈이 번쩍 뜨였다. 7-8명의 프랑스인을 포함해 14-15명이 죽었다고 했다. 뉴스를 보려고 티비를 켰는데, 테러가 일어났다는 레스토랑이 어디서 많이 보던 곳...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이다. 우리가 갔던 데라고 해도 남편이 안 믿어서 사진까지 뒤져봤음... 뉴스는 오늘 있을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의 결혼식으로 온 관심이 쏠려있었다.

마라케시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다. 가깝고, 싸고, 이국적이고.. 우리 부부만 해도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직항 비행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혼여행으로 갔다왔을 정도로.. 항공편도 많고 암튼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남편도 이미 여려번 다녀온 곳이고 우리 옆집 아저씨는 매년 가신다.

다른 아랍 국가에 비해 비교적 치안이 괜찮은 곳이기도 하다. 근래 아랍 세계에 부는 민주화 바람으로 나라상황이 불안정해 졌다고는 해도.. 테러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마라케시의 젬마 엘 프나 광장은 마라케시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광장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도 폭탄이 터졌다는 카페 아가나(Cafe Argana)는 관광명소다. 음식 맛은 별로지만 위치가 좋아서 광장 사진을 찍기 위해 꼭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랄까.

바로 이 레스토랑 이층 테라스에서 찍으면 나오는 사진이 이거다. 나도 이 사진 찍으려고 굳이 거기서 밥을 먹었다. 테라스 자리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




남편이 안 믿어서 찾아낸 사진이다. 어제 폭탄테러로 피가 낭자한 레스토랑.. 바로 우리가 있었던 자리다. 남편 뒤에 보이는 벽부분을 사고 현장 사진과 비교해 볼 것.



알카에다 소행으로 추정이 된다 하고.. 오렌지 주스를 팔던(즉석에서 갈아주는 오렌지주스는 이 광장의 명물 중 하나다)현장에 있던 상인들 증언으로는 굉음과 함께 시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고...

사망자 절반 이상이 프랑스인들이라는 건 당연하다. 정말 많이들 가니까.. 일부러 사람들 많은 곳을 노리는 게 그들의 목표겠지만.. 우리가 다녀왔던 곳을 뉴스에서 보게 되니.. 정말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잔인하다. 아무 죄없는 이들을 왜.. 잠시 떠난 휴가가 마지막이 되다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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