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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처음 정비되어 지금까지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알려진 Sentier Martel은 프랑스의 동굴탐험가 에두아르 알프레드 마르텔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한다. 베르동 협곡 오른쪽을 따라 난 등산로로 대략 15km 정도 된다.
여행자들의 숙소겸 대피소로 만들어진 말린 오두막(chalet de la Maline)과 Point Sublime사이의 길로 어느쪽에서 시작해도 상관없지만... 말린 오두막에서 출발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지도에서 보이듯이, 말린 오두막에서 시작된 길이 베르동 계곡까지 계속해서 내려가게 되기 때문에 15km의 긴 거리를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로 끝내기에는... 보통 체력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Point Sublime(뿌앙 쉬블림)까지 올라가는 경사길이긴 하지만 말린 오두막 부분에 비할바는 아니다.
어쨌거나 이 길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두대가 필요하다. 1er voiture 부분에 차를 한대 주차시켜 놓고 일행 모두 두번째 차를 타고 말린 오두막까지 가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모두 첫번째 자동차를 타고 처음 출발한 곳으로 와서 주차해둔 차를 찾아간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 코스가 한나절이 다 걸리는 거리라서 걸어서 왕복을 하기에는 정말 무리이기 때문이다. 또 이곳에서 시작을 하게 되면 오전에는 그늘이 지기 때문에 땡볕에 걷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차 두대를 이용할 여유가 안된다면 뿌앙 쉬블림에 도착해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미리 예약을 해두어 확실히 해 놓지 않으면.. 원래 택시가 거의 없는 곳이고 코스 사이에 마을도 하나밖에 없어서 까딱하다가는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뿌앙 쉬블림에서 16시에 출발해서 말린 오두막으로 가는 버스가 한대 있기는 한데... 아침 일찍 (적어도 7시) 출발하지 않으면 저 코스를 16시까지 끝내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아마 점심을 먹기위해 쉴 틈도 없이 걷기만 해야 할거다.
암튼 우리는 올해 이것을 하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에 차 두대를 가지고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산행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미리 얼려둔 물을 보냉 가방에 챙겨넣고 (한 사람당 2리터정도 준비했다) 간단하게 점심을 위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고 중간중간에 먹기위해 과일과 사탕 등도 챙겼다.
차 한대를 주차해 놓고 출발점까지 가는데 대략 40분 정도 걸린것 같다. 말린 오두막에 도착하니 대략 9시. 그곳에서 잠을 잔 젊은이들이 계곡물을 끌어올린 우물에서 세수하며 아침을 맞이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볼일을 보고... (이 이후로 도착할때까지 한번도 화장실을 안 갔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물을 그렇게나 많이 마셨는데!!)
한동안을 내려가기만 했다. 가파른 곳에는 벽에 쇠줄이 붙어있어 잡고 내려가야만 했다. 계곡물이 가까와질때까지 대충 2시간 동안 내려간 것 같았다. 이 길을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ㅠㅠ
다행이도 오전엔 그늘이 져서 괜찮았지만 걷는 것만으로도 티셔츠가 흠뻑 젖었다.
댐을 조절하기 위해 수문을 열지도 모르므로 조심하라는 경고판. 사진에서 보이듯, 4부분에서 계곡물과 만나게 되니 시간 조절해서 점심은 계곡에서 먹으면 좋다.
산길에서 만나면 서로서로 bonjour라고 인사한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이거나 늦게 출발한 사람들이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조금 힘들다 싶은 곳이나 사진찍기 좋은 곳에서 여러번 마주침. 프랑스 사람들도 있었지만 독일, 네델란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점심 먹으려고 계곡가에서 쉬고 있을때 한명의 아시아 사람을 보긴 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외국인과 같이 내려오던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의 남자분. 여행한지 꽤 되신듯.
12시까지 세시간을 내리 걸어 도착한 계곡. 점심 먹고 나면 몸이 무거워지니까 오전에 많이 걸어두려 했었는데, 이 곳이 점심 먹기엔 딱인것 같아서 (그늘져서 시원하고 물가이고..)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 딱히 누울곳도 없었지만 서로에게 기대고 쉼. 돗자리를 챙겨올걸 싶었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천근만근...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오전에 많이 걸어서 절반 이상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듯. 마르텔 코스의 마지막 부분에 두개의 터널이 있는데 터널을 지나면 끝났다고 봐도 좋다. 근데 이게 안나와... 땡볕을 걸어야 해서 덥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리가 무거워 내 다리는 깃털처럼 가볍다.. 최면을 걸면서 걸었다. 흙길이 아니라 자갈길이라서 발바닥은 아프고.. ㅠㅠ
중반 이후 길은 작년에 이미 해 본 코스라서 수월할 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걸어서인지.. 정말 죽을것 같았다. 군대 행군은 더 길다던데 다녀오신 분들 내 동생을 비롯해서 완전 존경..
드디어 터널이닷! 첫번째 터널은 좀 짧아서 손전등 없이도 괜찮지만.. 두번째는 길다. 손전등 없으면 고생한다. 잊지 말고 챙겨가길. 우리는 사전 정보도 있었고 이미 해본 코스라 각자 손전등 하나씩 들고 길을 갔다.
터널안은 밖 온도에 비해 낮기 때문에 엄청 시원했다. 석회질로 된 벽에 축축하게 물이 흐르고 있었다. 터널 바닥은 온통 물이었고 운동화가 중간까지 잠길정도의 높이였지만 운동화가 젖어버리면 남은 길이 고생이기 때문에 조심조심 돌들 위로 내딛었다.
손전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깜깜한 터널을 용감하게도 그냥 걷더군. 신발이 젖는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첨벙첨벙 거리면서...
터널을 나와 마지막 코스였던 계단... 우리의 목적지는 뿌앙 쉬블림이 아니라 couloir samson까지였다. 요건 한가지 팁인데... 뿌앙 쉬블림까지 가면 힘들기도 할 뿐더러.. 복잡하기 때문에 couloir samson에 차를 세워두면 좋다. 대신 여긴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가 없고 도로 한쪽에만 주차가 가능한 곳이므로 주의할 것. 주차경찰들이 수시로 와서 주차구역 외의 차들 딱지를 발급하므로.. 주차할때 조심해야 함. (하지만 뿌앙 쉬블림은 이름 그대로 탁월한 경치를 보여주므로..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나중에 차타고 가삼..)
이 계단이 마지막이라니.. 정말 죽을힘을 다해 올라갔다. 너무너무 힘들어서 몇번을 쉬면서 말이다... ㅠㅠ
항도네 아쿠아틱(randonnée aquatique, 물길을 따라 하는 트레킹. 계곡에서 다이빙도 하는 등 수트를 입고 물에 둥둥 떠다니며 하는 트레킹이다.)을 하는 이들. 첨엔 좋은데 코스를 다 내려가고 나면 물에 젖은 수트를 입고 걸어서 올라와야 하므로 조금 고생이긴 하다.
주차한 곳에 도착했을때 대략 오후 4시 반이었다. 트렁크에 넣어둔 아이스 박스에서 찬물을 꺼내 마시며... 안정을 취했다. 각오는 했지만... 엄청 힘들었다. 그렇지만 완전 뿌듯... 걸으면서 보는 주변 경치는 차를 타고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도중에 꼬마 아이들도 보고 했으니 엄청 어려운건 아니지만 중급이상 코스니까 미리 트레이닝을 해 두는게 좋을듯. 마실 물을 비롯해서 필요한 열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먹거리도 잘 준비하고.. 손전등 필수. 그래도 두번 하고 싶진 않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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