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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번역 알바

블랑코FR 2010. 7. 7. 17:35

지난 주말, 독일로 쇼핑하러 다녀오고, 이래저래 바빠서, 이번주엔 좀 쉬면서 간간히 담주 휴가계획 세우고 뭐 이러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원래 주말은 밀린 정원일이나 집안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때라,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는 없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은 내가 제일 기다리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개그콘서트를 보고, 남자의 자격을 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닷.. ㅋㅋ 그런데 느닷없이 번역 알바 일이 들어온 것이다. 예상치 못한거였고, 내 전문분야도 아니고, 게다가 평이한 일상 문서도 아니었기에 거절하려 하다가, 뭐 한국에서 쓸 용돈이나 벌어보자 하고 덜컥 일을 맡았다.

결과는.. 그제, 어제 이틀동안 내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그 번역 작업만 했다. ㅠㅠ 불-한도 아니고 한-불 번역이었던 데다가, 그간 사전 한번 들여다 보지 않고 지낸터라 아는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ㅠㅠ 고급 문장들은 생각도 안나고.. 

더구나, 한글로 된 원문을 읽으면서 나오는 욕을 그냥 내뱉으면서 작업했다. 진짜.. 그렇게 못써도 되는거냐. 내가 할 일은 번역이지, 창작이 아니라고... 왜 내가 주어가 뭔지, 앞 뒤 문장 호응관계가 어색한걸 고치면서 생략된게 뭔지 추측하고 있어야 하냐고.. 이건 뭐, 주어도 없고, 타동사인데 목적어도 없고, 자동사에 목적어 써 넣고.. 우리나라 말이 이런 부분에 조금 관대한건 사실인데, 그래도 두 나라간 프로젝트 보고서를 이따구로 쓴다는게 말이되느냐 말이닷!

암튼, 겨우겨우 일을 마치고 어젯밤에 메일로 쐈으니... 나중에 통장을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근데 참.. 오랜만에 하루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 해야하는 공부를 했더니, 기분이 좋았다. 하면서 일 자체에 귀찮다, 하기싫다, 짜증나..(물론 원문때문에 짜증은 났지만) 이런 생각은 안 한것 같다.

작년 이 맘때쯤, 논문 때문에 참고문헌들에 코박고 살았던 때가 생각난다. 그 이후로는 그다지 긴 문장을 써야할 일도 별로 없었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회화만 쓰고 살았는데.. 내 분야가 아닌 전문용어들 찾느라 관련 문서 뒤지면서 공부를 하고보니 재밌더란 거다. (한불 사전 찾느니 관련된 논문이나 기사들 찾아보고 읽는게 용어관련해서는 더 도움이 된다. 한불사전 엉망이야..)

암튼 암튼, 난 공부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언젠가 스치듯 사주까페에서 본 내 사주가, 돈은 별로 못 벌고 평생 공부할 팔자라고 하던데.. 뭐 그런건지.. ㅋㅋ 그냥 재밌었다. 점심도 간단하게 차려서 컴앞에서 작업하며 먹을 정도로 (내가 실력이 없어서) 빡세게 했지만 말이다.



이제 완전 자유이니... 남은 며칠, 담주 다다음주에 어디에 놀러가고 뭘하고 놀지 계획을 좀 짜 봐야겠다. 그리고 이주정도 집을 비울 예정이니, 부엌 정리도 하고 냉장고 청소도 하고... 쓰고 보니, 할일이 많네. 받아놓은 미드 봐야하는데..

휴가 간 동안 집이 털린 경험이 있어서 역시 겁이 난다. 보험사에서 보상이야 해 주지만, 누군가가 집에 들어와 다 뒤집어 엎은 걸 보고 침대위에 떡하니 두고간 연장들을 본 기억은... ㅠㅠ 한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었다. 이럴땐 누군가가 와서 울집에서 지내줬음 좋겠다 싶다. 아직 학생일때 생각한 건데, 유학생들 중에 여름에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기숙사비를 따로 내야하고, 관리하기 편하도록 방학 두달동안 다른 건물로 이사를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9m2의 방이 더 더울텐데, 편하게 우리집 와서 쉬면서 간간히 꽃들과 화분에 물주고, 우편함 비워주고 그러면서 사람 사는 티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 우리가 따로 돈을 줄 형편은 안되니까, 여기 들어와 사는 걸로 퉁치고... 

프랑스 사람들 중에 주로 은퇴한 부부들이 이런식으로 바캉스를 보내는걸 본 적이 있다. 집주인들이 휴가를 떠난 동안 한 두달 정도 빈 집(이라기 보단 주로 저택)을 관리하면서 나름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다. 수영장도 있고 정원도 넓은 저택이니 가능한 얘기, 울집은 해당안되니.. ㅠㅠ



제가 독일에서 사온 사탕이 뭔지 궁금해하셨던 분 보세요~ 

STORCK에서 나온 제품이에요. 꽤 유명한 회사더라구요. 홈피는 여기 -> http://www.storck.com


막대모양으로 생겨서 벗겨먹는 초코렛인 'Merci'가 여기 제품이구요, 프랑스에는 '코코 카바나'란 머쉬멜로우에 초코렛 씌운 제품이랑 버터맛 사탕밖에 수입이 안 되어있더라구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막대사탕은 'Campino'란 제품이고, 과일 요구르트맛 사탕이에요. 절대 혓바늘이 끼지 않는다는... 츄파춥스를 먹으면서 갈라진 사탕틈 사이로 혓바늘이 끼어서 피가 난 적도 있는 저로서는.. 이 STORCK에서 나온 막대사탕들은 감동이었답니다. 게다가 츄파춥스보다 싸요!!! 츄파춥스는 진짜 저질 사탕인겁니다. ㅠㅠ 이번에 가서 하필이면 막대사탕이 없길래 그냥 사탕들로 잔뜩 사왔어요. 한번 맛 보시길~ 줄무늬 무늬가 다 먹고서도 막대안에 남아있는 (드셔보시면 뭔말인지 아실겁니다) 진짜 부드럽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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