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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항상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듯한 남편이 이번에는 쥐라 산에 오르자고 한다.

날이 더우니까 높은 산에 올라가면 시원하다는 사실 때문인데 - 올라가면서 힘들어 흘린 땀이 한 바가지인 건 함정...


우리 동네 앞산이 알프스라면 뒷산은 쥐라 산맥이다.

원래 이 동네 이사와 제일 먼저 등산하려고 했던 코스가 쥐라 산맥 정상이었는데, 힘들단 얘기가 있어서 몇 달 등산을 쉰 우리에겐 무리가 아닐까 싶어 뒤로 미룬 거였다. 그런데 한 주 전에 고저차 700m 등산을 했으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힘들더라. 경사가 심해도 너무 심해... 900m를 4km에 올라가는 코스여서 내려올 때 더 힘들었다 ㅠㅠ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Thoiry라는 동네에서 출발.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어 아침 9시인데도 넘 덥덥..


경사보다 더워서 죽을 것 같...



사진으론 실감 안 나지만 급경사 ㅠㅠ



아침 기온 22도



제네바 전체가 보이는 뷰. 사진엔 안 나왔지만 jet d'eau도 보인다. 날이 좋았다면 몽블랑도 보였을 텐데...







다 올라온 게 아님. 한 절반 올라왔나.



정상 주변으로 구름이 생겼음.



몽블랑이 안 보인다...





절반 지나서는 다른 코스로 Reculet까지 올라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택해 급경사 코스로 올라갔다.



급급경사... 그런데 다들 잘만 올라가더만.



그나마 순식간에 구름이 덮여서 덜 더웠다.





Reculet(르퀼레) 정상. 해발 1,718m로 가장 높은 곳보다 2m 낮다. 이 정상에 세운 철 십자가를 프랑수아 날레라는 대장장이가 만들었고, 밑의 4명이 등에 지고 올라왔다고 함. ㄷㄷ 그냥 올라오기도 힘든 곳을....



정상에서 내려다본 건너편 모습.



정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구름. 왼쪽은 맑음. 구름이 넘어가질 않는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기라도 하듯 더 이상 전진을 안 하던 구름.



바로 이 철 십자가를 4명이서 직접 들고 올라왔다는데...





Reculet에서 쥐라 산맥의 최고봉인 Crete de la Neige로 가는 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함. ㅠㅠ





저 멀리 보이는 철 십자가.











날이 오락가락. 해가 구름 뒤로 숨으면 넘나 시원하고 도로 나오면 너무 덥고.









드디어 정상. Crête de la Neige(크레트 드라 네쥐)







이곳에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늘어져서 쉬다가...



다시 하산.













하산할 때 경사가 급하지 않도록 올라올 때보다 2배나 더 긴 코스를 택했는데... 여기까진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급경사... 제발 좀 끝나줬으면.



한참을 급경사 도로로 내려오다가 갈래길이 나와서 산속 길을 택했다.

돌바닥이 아니어서 경사가 있어도 흙이 완충 작용을 해주니 훨씬 좋았음.

경사가 너무 지겨워서 나중에는 막 달렸음. 다 내려와서 평지를 걷는데도 길이 평평하지 않은 듯한 느낌.



집에 와서 씻고 좀 쉰 다음에 다시 나가서 저녁 먹고 들어왔다.

이제는 단골이 된 이탈리아 레스토랑.


해물 파스타.



남편은 언제나 피자.



올라갈 때, 정상에서 정상으로 이동할 때, 그리고 내려올 때 내 심박수인데

사상 최고 찍은 것 같다.



191이라니. 마지막에 안 쉬고 무리해서 올라갔을 때 나온 수치.







난 중간 중간 힘들다 그러면서도 집에 와서 안 쓰러지는데, 남편은 안 힘들다면서 막 쏘다니고는 집에 오면 뻗어버림. 역시나 이날도 저녁에 영화보는데 남편은 옆에 시체가 되어 뒹굴었다.


우리도 잘 올라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한테 계속 추월당하니 자괴감이... 사람들 체력 진짜 좋더만. 맨날 뒷산 오르듯 올라오는 거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튼 하산 때문이라도 다시 올라가고픈 생각은 없다. 그래도 겨울되면 설경 보고 싶어서 또 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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