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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타자기를 사고 나서 그날부터 인스타그램, 이베이를 돌아다니다가 강렬한 오렌지색의 미니 타자기를 보게 되었다. 주황색인데 이름도 Hermes baby... 프랑스의 명품 에르메스와는 관련없는 스위스 타자기 회사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Japy라고 이름을 바꿔서 출시했다.




빈티지 타자기 고장날까 무서워 막 쓸 용도로 조금 더 현대적인 타자기를 사고프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이왕이면 예쁜 오렌지색 헤르메스 베이비를 사자, 주황색인데 헤르메스라니 웃기잖아.

그러다가 필기체 타자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 너무 이쁘다!

그때부터 오렌지색 헤르메스 베이비 (또는 Japy 베이비) 필기체 타자기를 목표로 인터넷을 마구마구 뒤졌다.


중고 장터에 상태 좋은데 저렴하게 올라온 게 있었다. 그런데 활자 정보가 전혀 없다. 필기체인지 물어봤다. 모른댄다. ㅠㅠ 그래서 이런 식으로 활자를 크게 확대해서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답이 없다. 젠장...


기다리다가 답이 없어 아닌가 보다 싶어 이베이에 올라온 다른 헤르메스 베이비를 사려고 했다. 구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선택이 없었다. 그래 필기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오렌지색이니 이거라도 건지자 싶어 구입했다.


그런데 사흘 뒤 답이 없던 중고 장터 판매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진 찍기 힘들었다고 이렇게 찍으면 되는 거냐고 사진을 몇 장 보냈는데!!!! 앗싸! 필기체다. 필기체에 내가 원하는 오렌지색!!! 그런데 난 이미 다른 타자기를 샀다고!!!


고민이 시작됐다. 불과 일주일 만에 타자기가 두 대가 됐는데 이제 세 대가 될 참이다. 남편은... 곧 이사 갈 건데 짐 줄여야 하는데... 그래도 사고프면 사.. 내 맘대로 하란다. 고민했다. 너무 성급했구나. 그런데 저렇게 늦게 답이 올 줄 알았나!!! 오렌지색도 보기 드문 거니까 필기체 아니어도 중고로 내놓으면 팔리겠지 싶어 필기체 타자기도 사버렸다....


두 대가 동시에 오는 상황...


하루차이로 한 대가 먼저 도착했다. 필기체 타자기가 오는 중이라 감흥이 없다. 오렌지색 예쁘네. 그치만 반품!

이베이에서 구입한 거라 다행이었다. 게다가 판매자가 반품 허용 옵션을 체크해뒀다. 배송비만 내가 물면 반품, 풀리펀드 가능이다. 다행이다 싶어 바로 재포장했다.


다음 날 필기체 타자기가 도착했다. 소포를 풀어보니... 필기체가 맞다! 감격... 판매자가 보내준 사진 품질이 별로여서 사실 확신을 하지 못했었거든... 이베이나 Etsy에서 거의 300유로에 파는 걸 ㅋㅋㅋㅋ 나는 50유로에 득!! 




잉크 리본이 완전히 말라 있어서 전에 언더우드 타자기에 있던 반쯤 마른 잉크 리본으로 교체했다. 그래서 글씨가 아주 진하진 않음.



환상의 필기체...



너무 이쁘다. 얼른 새 잉크 리본 구입해야지.



이렇게 깔끔하게 찍어 보내줬음 고민 안 했을 텐데.. 정말 알아보기 힘들게 찍어서 보내줬었다.



다시 테스트~ 봐도 봐도 이쁨.



불어식 AZERTY 자판이다.



나의 1926년산 언더우드와 함께 ㅎㅎㅎ 거의 50년의 세월이 차이남. Japy는 1975년 정도로 추정됨.



자판까지 깨끗이 닦아놓으니 광이 난다 ㅎㅎㅎ



둘 다 휴대용이라 가방이 있다. 오렌지색 타자기는 꽤 있는데 가방까지 오렌지색은 드물다. 그래서 더 귀한 타자기.




이제 더 이상 안 사고 멈출 거긴 한데... 둘을 비교하면... 빈티지 언더우드가 기능이 더 많고 더 정교하며 만듦새가 훌륭하다. 활자의 아름다움도 그렇고 리본 방향을 레버로 바꿀 수도 있고. 아무튼 진짜 진짜 좋다. 다른 타자기도 욕심나지만 일단은 멈춤....


타자기 사세요~ 진짜 아날로그 감성의 극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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