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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으면 결론만 보세요.)


나이 먹고 아프다고 징징거리기 싫어서 집에도 잘 얘기 안 하고 남편에게만 징징거리는데... 

블로그에까지 올려서 동정받을 생각은 없지만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저 다 나았어요)


보통 Gastro라고 부르죠. 바이러스로 옮기는 건 맞지만

감기보다는 급성 장염에 해당하는 말 그대로 두문분출하는 병입니다. 토사곽란이라고도 하고요.

(여기서 잠깐. 두문불출 아니에요? 예, 맞아요. 원래 존재하는 사자성어는 두문불출이죠. 이건 저 병을 설명하는 새로운 사자성어 두문분출입니다. 두 문으로 (입과 항문) 다 분출한다는 뜻이에요...)


저 병에 걸리면 죽도록 입으로는 토하고 밑으로는 설사합니다. 심하지 않으면 그냥 좀 설사하다가 말고.

전 이번에 아주 심하게 걸려서... 몸살까지 겹쳤습니다. (원래 근육통을 동반한다네요)

물만 먹어도 토하고 설사해서... 약도 못 먹고 몸살을 그냥 생으로 끙끙 앓았습니다.

하루종일 굶었는데도 토하고 설사하고... (둘 다 5번 넘게 했으니 좀 심했죠)

나중에는 설사가 그냥 오줌처럼 물만 나오더이다. ㅠㅠ (공짜로 관장?)

너무 두문분출했더니 밤에 너무 목이 말라 끓인 물을 식혀서 혀만 축였어요...


어지간하지 않으면 아파도 움직이고 앓는 소리 안 하는 강한 여자인데...

정말 너무 아파서 끙끙 소리까지 내며... 진통제란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고... 

그 와중에 이리 아프면 살이 좀 빠지겠지 했다는... ㅋㅋ


결국 아파서 밤에 깼는데 다시 잠이 안 올 정도로 아파서 토하면 토하자 그래도 약은 먹어야겠다 싶어 약을 먹었는데

안 토하고 덕분에 통증이 덜어져 잘 잤습니다. 병원에 못 간 이유는... 일요일이라...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응급실가서 수액과 진통제를 링겔로 맞으려 했을 겁니다만...

여긴 그런 것도 없고. 밤늦게 응급으로 의사불러봤자... 돈만 억수로 깨지고

의사가 해주는 처방이래봤자 구토 억제제, 지사제, 진통제가 다입니다. 그리고 차 많이 마시세요...가 끝.


어찌 아냐면 이미 불러봤거든요. 바야흐로... 7년 전. 아직 Gastro가 뭔지 몰랐던 순진한 영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걸려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도 똑같이 두문분출하고 몸살까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겪는 고통이라... 뭔 일 생긴 줄 알고 집으로 의사를 불렀답니다...


진료비에 왕진비까지 덤탱이를 썼는데 처방해준 거라고는 저런 약들...

물도 못 마시고 누웠으니 탈수 예방을 위해 링겔이라도 놔줄줄 알았는데

따뜻한 차 많이 마시면 나아요... 가 끝.


돌팔이라고 욕을 해댔는데... 프랑스 생활 8년차가 되니... 겨울이면 유행하는 Gastro라는 걸 안 겁니다.

가을부터 유행한다는 소식 듣고 날마다 남편 손 깨끗이 씻게 하고 조심했는데...

(전 밖에 잘 안 나가니까요 ㅋㅋ)

요 남편놈이 내게 옮긴 겁니다. 자긴 가볍게 지나가고 난 된통 걸리고...

저렇게 앓고 있으니 얘기하더군요. 어쩐지.. 지난주 회사에서 화장실에 자주 갔었어....... 에라이....


강하게 앓는 대신 짧게 지나가더군요. 

월요일이 되어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약을 타왔습니다만 약 안 먹어도 설사 구토는 안 하길래 먹진 않고

계속 흰죽만 먹었습니다. 문제는... 가벼운 두통이 진통제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다가...

편두통으로 발전하더군요. 그래서 또 앓았습니다.

그래도 다음 날이 되면 낫기도 해서 약 먹고 수면유도제까지 먹고 잤는데.. (아파도 잠자면 모르니깐)

낫질 않아서 또 병원에 갔고... 편두통 전문약 처방받고... 기적처럼 나았습니다. ㅋㅋ 할렐루야~


병원 두 번 가고 약들까지.. 엄청 깨져야 하지만... 국가 보험이고...

알자스와 제가 사는 모젤 주는 국가 보험만으로 90%가 환급됩니다. (다른 데는65%)

나머지는 뮤튜엘이라는 사보험으로 커버하는데 전 사보험이 없어요. ㅠㅠ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다 버는 돈에 비해 뮤튜엘로 나가는 사보험비가 비싸서... 사보험 안 들었는데...

90% 환급되는 곳에 살아서... 

지난 번에 엑스레이 찍는데 65유로 냈지만 90% 환급 받았고...

물리치료 10번 받았는데도 10%인 17.5유로만 냈답니다... (원래는 175유로)

약값도 똑같아서 저 비싼 편두통 전문약도 (한 알에 4유로) 0.4유로면 사요... ㅋ

물론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병원비가 들겠지만 뭐 역시 10%이므로..

저렇게 환급을 많이 해주지만 알자스와 모젤 주 의료보험은 유일하게 적자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몇 년 전 얘기라 지금은 확인해봐야 함...) 아님 있어도 가장 낮겠지요.


국가보험 만세입니다. 그걸 왜 민영화하려는 걸까요...


프랑스는 불법체류인 외국인들조차... 심각한 병에 걸려 있으면 국가에서 다 치료해줍니다. 그걸 악용하기도 하지만.


암튼... 토요일에 새벽 3시까지 만찬과 파티를 벌였던 게... 몸에 무리가 됐고... (나이는 못 속입니다. 그런데 그 무리 중 내가 제일 어렸던 건 함정...)

덕분에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죽도록 아팠다가 회복됐습니다.


월, 화. 이번 주 일부러 시간을 빼둔 내게는 황금같은 휴가였는데 이렇게 날렸습니다...

전 꼭 쉬는 날 아프더군요. 아직까지 아파서 일을 펑크낸 적은 없습니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의사는 꼭 물어봅니다. 병가 진단서 써 드려요? 아뇨. 어짜피 쉬는 날이에요.. 흑흑...


암튼 이번주는 이렇게 가고... 주말에는 크리스마스라고 시어머니 오시고...

다음 주... 진짜 휴가를 맞이하는데요...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테니 조심하려구요.


다들 아프지 마시고... 손을 잘 씻으세요...


결론 : 겨울철 토사곽란 예방은 손 잘 씻기. 국가 보험 만만세!!!!! 민영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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