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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바캉스를 마치고 지난주에 집에 돌아왔는데, 다시 집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것 같다. 남쪽에 내려가 있는 동안 내 예상과는 달리 인터넷은 전혀 안(못)했고... 

떠나기 전날 짐 싸고 집 정리하느라 바빴던 것처럼 돌아와서 짐 풀고 집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그러느라 역시 조금 바빴다. 매일 쨍쨍한 해만 보다가 돌아오는 날부터 계속 흐린 여기 날씨에 완전 적응 안되고 있다. 추워서 가끔은 긴팔 입을 정도다. 뭐 이러다가 8월되면 며칠 날씨 좋겠지.

가기 전에 미리 고민했어야 하는 거지만.. 태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여기는 날씨가 좋으면 밖으로 나가고, 특히 휴가기간에는 자연스럽게 해 아래서 살을 태우는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여름이 끝나면 다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일터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전히 흰 피부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가...

나는.. 이 프랑스 땅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피부를 하얗게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놔뒀는데, 이번 휴가 끝나고나서 보니, 완전히 초코렛빛 피부를 갖게 되고 말았다. ㅠㅠ

태어나기는 까맣게 태어났던것 같다. 우리 엄마 말씀이, 나를 낳았을때 까맣고 못생겼었다고.. ㅠㅠ 그런데 앉아서 공부만(?)해서 그런건지, 아님 초등학교때 첨으로 체육에서 노력바람을 받은 충격에서였는지, 밖에서 하는 활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고.. 중/고등학교때, 대학교때 내 피부는 흰 편이었다. 희고 말랑말랑한 피부여서 별명히 찹쌀떡이었던 적도... 

흰 피부를 가진 백인들이 주근깨가 많은 것처럼 나도 얼굴을 비롯해 몸에도 주근깨가 나는 피부다. 멜라닌 색소가 남들보다 적어서 일단 생성이 되면 골고루 퍼지지 않고 뭉쳐서 이런 주근깨가 생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이것때문에 말괄량이 삐삐, 빨간머리 앤.. 등등의 별명을 가지기도 했고... 주근깨가 생기지 않도록 모자쓰고 선크림 열심히 바르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여기 와서 살게 되면서 주근깨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여기 분위기에 동화되어 - 피부가 울룩불룩한, 요철이 있는 피부는 별로라고 치지만, 피부 표면은 매끄러우면서 주근깨가 많은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 - 나도 더이상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거울을 보면.. 얼굴 전체가 깨밭.. ㅠㅠ 남편은 안 이상하다고 귀엽다고 그러지만, 가끔 거울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근깨가 아니라 기미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둘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남쪽의 강한 햇살을 쬐인 첫 해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했었지만 (햇빛 알레르기라고 하더라) 아무리 희었다고 한들, 백인은 아닌지라.. 해가 감에 따라 까매지는 속도에도 가속이 붙어서.. 이제는 남들이 나보고 mat(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졌다고 할 정도... 여기 백인들은 태우면 첨엔 벌개졌다가 그 다음 허물이 벗겨지던가, 아니면 점점 옅어져서 금방 도로 하얗게 되고만다. 역시 멜라닌 색소를 얼마나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착색(?)기간도 달라지는 듯. 

뭐, 여기 사람들이 건강해 보인다고 여기는 까무잡잡한 피부, 보기좋게 태운 피부를 가지게 되었으니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까만피부 때문에 이제는 중국계가 아니라 필리핀계, 태국계로 여겨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그을린듯한, 밀크 초코렛색 피부를 예쁘다고 여겨주니 (누구긴, 내 남편이지) 기분은 좋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 들어갈때다. 올 9월에 한국에 가기로 했는데 (그래서 올여름 휴가를 2주만 잡은것) 한국에 들어가면, 주근깨 관리도 안한 완전 시골 촌년이라고 할 것 같다. 여름이면 한국도 예쁘게 태닝한 미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겠지만 살롱에서 예쁘게 태운 것과 자연에서, 시골에서 막무가내로 태운것과는 질적차이가 크다. ㅠㅠ 화장으로 덮어야겠는데, 예전에 쓰던 파우더는 너무 밝은 색일테니 새로 장만해야 할 지경. 그나마 이번 휴가때 그걸 생각해서 매일 얼굴엔 선크림을 바르고 다녔었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자주 가지는 않고, 가도 오래 머무르는거 아니니까 괜찮다고 해야할지.. (해를 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9월까지 얼마나 피부가 하얘질지.. 오랜만에 엄마를 보면, 왜 이렇게 피부관리 안했냐고! 뭐라 그러실것 같다. 프랑스에 사시는 님들... 그냥 여기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타게 놔두시나요? 관리하시나요?

예전 내피부가 그래도 희었다는걸 증명해 줄건 수영복 자국밖에 없어서, 아주 약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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