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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체리 쨈 만들기

블랑코FR 2010. 7. 2. 21:49

프랑스에서 체리철은 6,7월인것 같다. 정원에 잔뜩 열린 체리가 다 익었는데 계속되는 맑은 날씨에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중. 전화로 이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한국에선 비싸서 쨈 만드는건 생각도 못하는 체리, 그렇게 많이 열렸으면 좀 따서 쨈 만들어 오라시기에, 지난 주말, 싫다는 신랑을 재촉해 체리를 땄다. 장모님을 위해서 싫어도 이렇게 열심히 체리를 땄다고 꼭 전해달라 그러더군. 사다리 놓고,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땄다. ㅋㅋ

종류대로 구분한 체리들. 빨간 그릇에 담긴건 약간 상한부분이 있는 체리들로 먼저 처리해야 할 것들.



자주 왕래하는 옆집에서도 체리가 잔뜩 열려, 점심에 우릴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고난뒤, 또 같이 체리를 땄다. (사실 우리 신랑은 일꾼이다. 점심 먹고 난뒤에 체리 따자고 하면, 옆집 아저씨보다 젊은 신랑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체리를 딴다. 그렇게 딴 체리는 반띵. 종종 그집 딸 남자친구가 와서 이렇게 일 하기도.. ㅋㅋ)

왼쪽 체리는 익어도 과육이 빨갛지 않은 체리, 오른쪽은 밑이 좀 들어간 하트모양으로 껍질도 빨갛고 과육까지 시뻘건체리.



체리 종류가 달라서 섞지 않고 쨈을 만들려고 따로따로 씨를 제거했다. 이 씨 제거하는게... 참 고되다. 체리 씨 제거하는 기구가 있지만, 난 절대 그걸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벌레때문.

체리가 겉에 구멍도 없고 반짝반짝 윤이 나면서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반을 갈라보면 종종 벌레가 씨 근처에 있는걸 본다. 원래 벌레들이 나중에 들어가는게 아니라 첨부터, 체리꽃일때부터 그 속에 들어가 있는거라, 겉에서 보기에는 멀쩡하다. 벌레라면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어짜피 쨈 되어서 형체를 못 알아보게 될지라도, ㅠㅠ 먹고 싶지는 않기에... 하나하나 손으로 다 갈라보고 씨를 제거한다. 그래서 체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지도. 그렇게 먹다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굳이 먹고싶은 생각이 안든다. 그렇다고 그냥 입에 털어넣기에는... 벌레를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싫다. ㅠㅠ

암튼, 체리 꼭지를 딸때 힘없이 빠지는건 백이면 백, 벌레가 들어있고, 개중에는 힘있게 뽑아져도 갈라보면 조그만 벌레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세시간 걸렸나... 손이 봉숭아물 들인것처럼 빨갛게 물이 들었다. 그렇게 체리씨를 다 제거하고 무게를 달아보니, 빨갛다못해 시커먼 체리(종류가 뭔지 모른다)는 550g, 다른 체리는 1kg정도 나왔다. 내가 먹을거라면 설탕양을 좀 줄여서 거의 꽁포뜨(compote) 수준으로 만들겠는데 나중에 한국에 가져갈거라 오래 보관해야하니 설탕을 절반 넣었다.

쨈 만들때 음식용 온도계가 있으면 참 좋다. 적정 온도는 104도에서 105도 정도. 원래 이 온도계는 머쉬멜로우를 집에서 만들기 위해 산건데, 모든 익히는 음식에 사용하면 시간을 잴 필요도 없고 오븐을 열어볼 필요도 없이 참 편리하다. 특히 쨈의 경우 보통 레시피를 보면, 처음 끓고 나서 불을 줄여 20-30분 끓이라고 나오지만 과일 종류에 따라 그 시간이 달라지기에 알아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일찍 불을 끄면 쨈이 너무 묽어서 흐르고 너무 오래 조리면 타기도 하고 카라멜이 되기도 한다. 온도계를 사용하면, 알람기능도 있기때문에 적정온도에 이르면 불을 끄면 된다 (물론 중간에 저어줘야 눌어붙지 않는다) 이 적정 온도에 이르면 적당히 찐득한, 응고제를 넣어주지 않아도 적당히 응고된 쨈을 얻을 수가 있다. (주의할 점은, 101도에서 104-105도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다는 것....)

종류가 달라서 색이 다르다. 일부러 섞지 않았음. 쨈만든 시간까지 도합 4시간 반동안 작업했다!!!



그렇게 만든 쨈, 좀 많이 나오면 시댁에도 갖다 드리려고 했는데, 딱 네병 나옴. 엄마 하나 드리고 언니네는 애가 둘이니까 두병 주고.. 남은 하나는 내가 먹을까, 시댁 갖다 드릴까 고민중. 우리가 쨈을 잘 안 먹는 편이긴 한데, 고생해서 만든 벌레 없는 100% 수제쨈을 못 먹는다는게 아쉽기도 하다. 약 전혀 안친, 손으로 일일이 따서 하나하나 씨, 벌레 제거한 천연 체리 수제쨈! 상표 프린트 해서 붙여야겠당. ㅋㅋ

과육을 고대로 살린 수제쨈! 일부러 안 으깼다.


아직도 (나무에) 남은 체리들이 있고, 옆집에서도 이번주말에 또 같이 따자고 했지만(이라고 쓰고 신랑이 혼자서 딴다..라고 읽는다) 또다시 쨈을 만들기에는 ㅠㅠ 엄두가 안남. 그치만 또 체리를 따온다면 딱히 다른거 할 생각도 없고 클라푸티를 만들어도 씨를 제거할 것이므로.. 씨는 어쨌든 제거해야 하니까.. 또 쨈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면, 여름과 가을 내내 먹거리들이 많이 나오는데, 한번도 그걸 쨈 만들어서 한국에 가져갈 생각을 안했던것 같다. 한국에 없는 과일들, 귀한 과일들 쨈 만들어가야지. 올 가을에 미라벨 쨈, 프룬쨈..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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