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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해서 외국에 정착해 살든, 유학생이든, 주재원이든, 이민을 갔건 간에 외국에서 사는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음식이나 언어나.. 그런건 다 그러려니..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적응해 가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을 멀리 두고 원하는 만큼 가볼수 없다는거.. 이건 참 힘들다.

지난 주말에 집에 전화하려다가 미루고 어제, 오늘 전화를 해 봤는데 아무도 안 받길래, 혹시 언니네 집에 가셨나 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지난 일요일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내 조부모님들 중에 마지막 남은 한 분이셨는데...

남들처럼 070 전화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맘만 먹으면 연락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연락을 안한걸까. 오늘이 발인이라 다른 가족들은 아직 외가에 내려가 있고, 언니와 형부만 애들때문에 오늘 아침 올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전화를 안 받았구나...

할머니와 외할머니처럼 그렇게 살갑게 지낸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호상이라 부를만한 상이라고는 해도.. 아무리 바빠도 가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마땅한 이 상황에서 나는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면제를 받는구나. 내가 한국에 가고싶은 이유는, 마지막 가시는 길 손녀로서 지켜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제 부모를 다 잃은 엄마의 곁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우시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 부녀 관계보다야 모녀간의 정이 더 끈끈하기에 그렇겠지만 - 아무리 사실만큼 사시고 평안히 돌아가신 거라고 해도, 엄마는 힘들지 않을까.

이럴땐 내가 혼자가 아닌게 그래도 감사하다. 다른 형제 자매가 없었다면 선뜻 국제결혼.. 결심하지 못했을거 같다. 이민이 아닌다음에야 공부하러 나왔거나 일때문에 나온거라면 언젠가는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좀 덜할것도 같다. 이곳 프랑스가 내 삶의 나머지를 보내야 할 터전이라는 생각을 하면, 보고싶은 가족들 생각에 맘이 참 그렇다. 나이가 들면 더 그렇겠지. 점점 기력이 쇠하시는 부모님들 생각에.. 여기서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효도라고 하지만 가까이 있어 자주 왕래하며 지내는 것만 할까.

지난 달, (그러고보니 정확히 한달전에)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고 돌아가신 남편의 친할머니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에, 한국의 장례절차에 대해 남편에게 설명을 해 주었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했던 것이, 한국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갑자기 연락을 받는 다면, 서둘러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우린 바로 한국으로 날아가야 하는구나. 하루걸려 도착하게 되겠지. 이렇게 먼 거리에 살고 있는 거구나... 싶더라. 한국말 거의 못하는 남편이 유족으로 상주옆에 서서 문상객을 맞는건가... 절하는 법 미리 가르쳐줘야 겠구나. 뭐 이런 생각하기 싫은 상상을 잠시 해 보았다. 되도록이면 그게 먼 미래의 일이 되었으면 하지만 사람일이란 알수 없으니까... 만약 우리가 한국에 사는 커플이라면, 이 얘기는 남편쪽에 해당하는게 되겠고.. 이게 국제결혼의 현실이다. 어디든 한쪽을 선택해서 살면 다른 쪽은 그걸 감내해야 한다는 거...

기쁜 일이야 전화로만 나눠도 기쁘고 맘에 짐이 없는데 슬픈 일은 내 자리를 비웠다..라는 부담으로 더욱더 미안해진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인터넷 전화 통화료 부담없이 마음껏 수다떨고, 화상채팅으로 얼굴 보면서 대화하는 등 점점 그 거리를 좁히고는 있지만, 그래도 허전함을 채우기엔 아직도 부족하다. 

엄마가 보고싶다.

A mon Grand-pere... 201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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